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비주류의 공격에 대해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다만 김 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조기해체하면서 ‘김기현 체제’와 ‘인요한 혁신위’ 갈등 양상이 이제는 주류와 비주류 간 내전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조기 해산한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선 “혁신위는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짚고 제안해줬다”면서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마지막 혁신안으로 요구했던 ‘지도부·친윤(친윤석열)계·중진 의원’ 험지 출마 요구를 에둘러 거부한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출범한 혁신위는 앞서 냈던 1~6호 혁신안을 최고위에 종합 보고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로 해 진행 중”이라며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혁신안의 실행은 공관위의 몫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현 지도부에서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 거취 등을 둘러싼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내홍은 격화되는 분위기다.
3선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수직적 당·청 관계로 우리 당을 좀비 정당으로 만들었고 수술하러 온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메스를 빼앗고 수술대에서 내쫓았다”고 직격했다. 5선 서병수 의원도 전날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며 김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친윤계 초선 의원 10여명은 의원 단체채팅방에서 하·서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 ‘엑스맨’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소속 정당에 좀비 정당이라는 망언까지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엑스맨”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김 대표 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내홍은 지도부 내부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당내 비주류 중진들이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 “자중해달라”는 공개 발언이 나왔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당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김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전국 80만 책임당원 투표로 뽑힌 김 대표를 중심으로 모두가 똘똘 뭉치는 게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병민 최고위원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놨단 말인가”라며 맞불을 놨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견리망의’(見利忘義·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를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지성인들이 의로움을 잊어버린 현재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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