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1호 소아응급실마저 주 2회 문 닫는다…“의사 없어”

전문의 5명 중 상당수 이달 그만둬
“소아 환자 업무 가중 높아지는데 책임 부담 커”

병원 응급실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국민일보 DB

국내 1호 국가 지정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였던 충남의 한 대학병원이 인력난으로 소아응급실 운영을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의사들이 현장을 빠르게 이탈한 여파다. 응급환자에 대한 소송 부담과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문을 닫는 소아응급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의 A 병원은 이날 ‘접수 불가’ 안내판을 내걸었다. 지난주까지 주 7일 운영했지만,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주 5일로 축소해 운영하기로 하면서 앞으로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소아가 응급실을 찾아도 접수조차 불가능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는 소아 전담응급실과 의료장비를 갖추고 소아 응급을 전담하는 의사가 24시간 상주하는 기관을 말한다. 전국 10곳 중에 수도권에 6곳이 몰려있다.

A 병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당장 환자를 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A 병원에는 총 7명의 소아 응급 전문의가 있는데 이달 중 5명이 그만뒀거나,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복수의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이들이 사직한 배경에는 소아 중환자가 몰리는 위험한 상황이 늘어남과 동시에 책임은 무거워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알려졌다. 한 소아 전문 응급센터 교수는 “다른 병원도 포화상태라 환자 전원도 어렵고, 위중한 중환자들을 다 끌어안고 있다보니 사고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처벌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두려움이 많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아응급실은 특성상 밤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인력이 무작정 근무시간을 늘려 응급실을 운영할 수 없는 구조다. 병원은 임시방편으로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소아 응급 진료경험이 부족한 이유로 7세 이상 환자만 보기로 했다. 하지만 소아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80%가량은 7세 미만 환자여서 진료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 병원은 자체적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년가량 채용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 응급 의사들은 A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A 병원은 소아 응급 분야 평가에서 줄곧 1위를 하는 등 ‘소아 전문 응급센터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곳이었다. 2010년 정부가 국내 첫 소아응급실로 2곳을 선정했을 당시부터 운영해왔던 곳이다. 이후 2016년 소아 전문 응급센터로 개편하면서도 최초로 개소한 곳이었다. 사실상 경기 이남 권역에서는 소아 응급 환자에 대한 A 병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A 병원이 이렇게 됐다는 건, 다른 병원에도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응급 환자 중에서도 소아의 경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의료 공백은 더욱 치명적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 소아 응급 교수는 “중증 소아 환자의 경우 소아 응급 의사들이 첫 번째 증상은 처치하고 다른 선생님한테 넘긴다는 개념이 있는데, 보호자들이 기대하는 건 그보다 더 높기 때문에 결국 항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민·형사상 책임을 다 지우게 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는 것들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없어서 생긴 진료 공백을 응급의학과에서 커버해왔는데 최근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실 환자를 거부하면 안된다’는 지침까지 논의되면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자가 전무하게 된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이 아파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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