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는 저축은행권… M&A 통한 구조조정 안갯속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저축은행 인수·합병(M&A) 매물이 쌓이고 있다. 고금리 시기가 장기화해 중·저신용자의 연체 위험이 커지자 이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저축은행을 사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M&A를 통한 저축은행권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상인은 “자회사인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90%를 내년 4월 4일까지 강제 매각하도록 한 금융위원회 처분을 따를 수 없다”며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상상인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금융위 명령의 효력을 중지시켜달라고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은 소를 제기해 시간을 번 뒤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매각을 계속 타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가격을 두고 인수 희망자들과 눈높이 차이가 워낙 커 쉽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상상인을 포함한 저축은행 M&A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현재 상상인 외에도 5~6곳의 저축은행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대형 금융사 계열로 시스템이 선진적이고 리스크 관리가 비교적 잘 돼 있는 한화저축은행과 업계 6위권으로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애큐온저축은행조차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건은 저축은행을 팔기에도, 사기에도 불리하다. 올해 9월 말 전체 저축은행 79곳의 총대출 연체율은 6.2%로 지난해 말(3.4%) 대비 3% 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저축은행권의 건전성 악화는 규모를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6월 말 자산 규모 기준 상위 20대 저축은행 중에서도 상상인(10.9%), OSB(8.7%), OK(6.7%), 키움·페퍼(각 6.1%), 모아(5.5%), JT친애(5.2%) 등 총대출 연체율이 5%를 넘는 곳이 많다.

M&A를 통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표류하면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현재 매각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 5곳(상상인·상상인플러스·한화·애큐온·조은)의 계좌 수만 55만개에 육박한다. 금융 당국 관련 부서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계속 유지해도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최근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저축은행권은 우선 업계 자체적으로 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OSB를 포함한 저축은행 19곳이 모여 부실 채권(NPL) 1300억원어치를 함께 팔기로 한 것이다. 한 번에 1000억원어치 이상 대규모로 인수하는 것을 선호하는 NPL 매입사 수요를 고려한 조치다. NPL 단체 매각 본입찰에는 우리금융F&I가 뛰어들었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권 유동성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예수금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최근 구축해 가동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과 함께 저축은행권 자금 흐름을 꼼꼼히 감시할 것”이라면서 “유동성 관련 이상 징후가 감시되면 즉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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