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정망 마비 뒤엔 관급사업 쓸어간 SI 업체 있었다

국자원 소재 지역 업체 2곳, 정보 관리 사업 70% 이상 수주
관급사업 과점 속 재하청 구조로 품질 하락 논란


지난 2년간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에서 발주한 정보 운영·관리 사업의 70% 이상을 국자원 데이터센터 소재 지역의 중견 시스템통합(SI) 업체 2곳이 나눠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관급 사업의 터무니없이 적은 예산 환경에서 이들 업체가 사업을 싹쓸이하면서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체 제품을 저가로 책정한 탓에 품질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8일 국민일보가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2년간 국자원 입찰 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계약 금액 7721억원 중 국자원 데이터센터가 있는 광주의 SI 업체 A사, 대전의 B사가 맺은 계약 금액 비중은 40%로 집계됐다. A사 계약 금액은 2000억원, B사는 1098억원이다. 국자원은 국가기관 주요 서비스의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를 대전·광주·대구 등 3곳에서 운영한다.

이 중 정보자원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대구센터 신축 공사나 전기 배선 등 설비투자를 제외하면 이들 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한다. 사실상 국자원 소재 지역 두 업체가 사업을 대부분 나눠 가진 셈이다.

이 가운데 A사는 사업 제안 시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점이 발견돼 지난 8월부터 내년 4월까지 9개월간 관급 사업 입찰 참가 자격제한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으며 실제로 입찰이 막힌 건 8월 한 달뿐이다. A사는 이후 지난달에도 106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A사는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서 행안부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시스코사의 라우터를 관리한 업체기도 하다. A사는 장비에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하루 뒤에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원인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부실 관리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역 중견 SI 업체가 관급 사업을 과점하면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품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사업에 참여하려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체들은 SI 업체의 가격 후려치기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I 사업자들이 국자원 사업을 꽉 쥐고 있는 탓에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저가로 서비스를 개발하다보니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견 SI 업체가 별다른 기술적 진보 없이도 정부 사업을 과점하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1000억원 이하 공공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이날 “대기업을 공공 시장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규제는 굉장히 강한 규제”라고 밝혔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입찰 시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새로운 SI 사업자보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존 사업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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