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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을 땐 “옳지” 격려…주호민子 교사 녹취 법정 공개

교사, 녹취 들으며 흐느끼기도…판사 “악한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 안해”

입력 : 2023-11-28 04:34/수정 : 2023-11-28 10:03
웹툰 작가 주호민. 주호민 유튜브 영상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재판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2시간30분 분량의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27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난해 9월 수업시간에 주씨 아들(9)에게 한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주씨 측은 지난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의 발언이 발달장애인인 주군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판단, 지난해 12월 27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문제 삼은 ‘밉상’ 등 발언은 혼잣말이며, A씨가 해당 발언들을 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 녹취 파일 재생이 아닌 전체가 재생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녹취록은 전체 4시간 분량 중 주군이 A씨에게 수업받을 때부터 귀가하기 전까지 2시간30분가량이 공개됐다.

녹취록을 재생한 지 약 37분이 지나자 A씨는 주군에게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거야”라고 말했고, 뒤이어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라는 자신의 질문에 주군이 “네”라고 답하자 “못 가. 못 간다고. (책) 읽으라고”라고 했다.

A씨는 녹취록 재생 약 2시간이 지난 시점에 주군이 교재에 적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를 읽자 “너야 너. 버릇이 고약하다. 널 얘기하는 거야”라며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이런 발언에 대해 “피해 아동이 완벽하게 발음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수업과 관련 없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 입장에서는 교재를 잘 따라 읽고 있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서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 주호민 유튜브 영상 캡처

A씨의 변호인은 “친구들에게 못 간다고 한 부분은 피해 아동이 갑자기 ‘악악’ 소리를 냈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돌발상황이 있어 선생님이 제지한 뒤 왜 (피해 아동이) 분리 조치된 건지 환기해 준 것”이라며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고 말한 것은 피해 아동이 과거 바지 내린 행동을 예로 들며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너 싫어’라고 말한 상황도 연음 이어읽기를 가르치는데 아이가 잘못 계속 읽는 상황이었다”면서 “검찰은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데, 피고인은 (주군이) 잘했을 경우, ‘옳지’ 이렇게 격려도 했다. 학대가 아니라 학업에 집중하라는 차원이었다. 문제가 된 표현 대부분은 피해 아동을 향해 한 말이 아니라 혼잣말이었다”고 강조했다.

곽 판사는 피고인의 일부 발언을 두고 “법리적인 것을 떠나 듣는 부모 입장에서 속상할 만한 표현이 있긴 한 것 같다”며 “피고인이 악한 감정을 갖고 그런 표현을 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훈육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되니까 그렇게 발언한 취지로 알겠다”고 했다.

녹음 파일이 재생되는 동안 피고인석에 앉은 A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끼기도 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은 취재진과 A씨의 동료 교사,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피해 부모 및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로 가득 찼다.

이 사건은 올해 7월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주씨 측이 특수교사를 무리하게 고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부모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냈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들이 법원에 A씨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잇따라 제출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된 A씨를 올해 8월 1일 복직시켰다.

논란이 커지자 주씨는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일로 같은 반 아이들과 학부모, 모든 특수교사,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에게 실망과 부담을 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씨는 현재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다.

A씨의 다음 기일은 다음 달 18일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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