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뒤 다음 날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지역 유림들과 간담회에서 “마음의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파격적 인센티브”를 언급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7일 경북 안동 경북도청에서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편중된 상태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며 “우리의 GDP(국내총생산)를 높이고 확실하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토를 빠짐없이 촘촘하게 다 써야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복합문화공간 등 주거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교육과 의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타르는 도하에 교육도시를 만들어 전 세계 좋은 학교의 분교를 유치했다”며 “우리도 교육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생각해야 한다. 다양성과 개방성이 존중돼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념 편향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을 의미하고, 획일화는 이념화로 귀결된다”며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어느 경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교육’과 ‘의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저희가 앞에서도 잡고 뒤에서도 잡고 가겠다”며 강한 해결 의지를 밝혔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또 이날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는 ‘기회발전특구 추진 방안’이 의결됐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의 인구 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되는 특구다.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규제특례, 세제 지원, 재정 지원, 근로자 정주여건 개선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윤 대통령은 “기회발전특구와 같이 지역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방안 등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는 17개 시도지사를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이날 윤 대통령은 안동 병산서원을 방문해 지역 유림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유림의 정신은 전통을 존중하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며 “저 역시도 대통령으로서 공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문중인 파평 윤씨 집안이 안동 유림들과 오랜 세월 인연을 맺은 점을 언급하며 “병산서원에 오니 고향에 온 것 같고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안동 방문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11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다시 찾겠다고 한 당시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권은 물론이고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붙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화해 행보’를 보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수 결집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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