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 연기 문제를 이스라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 인질을 포함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와 그에 따른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지상전 강행을 예고하며 가자지구 공습 확대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세인트 에드먼드 성당 미사 참석 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권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더 많은 인질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지상전을 미루길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그렇다(Yes)”고 답했다. 다만 벤 러볼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질문 전체를 듣지 못했다.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는 걸 보고 싶냐’로 들렸다”며 지상전 연기에 대한 답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마스가 인질 일부 석방에 동의할 조짐이 있고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늦추는 데 반대했지만 미국 압력으로 이를 연기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집결한 지상군에게 “지금 가자지구를 멀리서 보는 사람은 누구든 안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20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 출석해선 지상전으로 하마스를 파괴하고, 숨은 저항 세력을 제거해 가자지구에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등 3단계 계획을 제출했다.
이스라엘군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도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쟁의 다음 단계에서 우리 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부터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22일 전날 밤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하마스 핵심 부대인 누크바 특공대원 2명을 사살하고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사용하는 터널 갱도와 무기 저장소, 지휘 센터 등 수십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구호 물품 전달을 위해 전쟁 발발 후 2주 만에 개방됐던 라파 통로는 22일 현재 다시 닫힌 상태다. 트럭 20대분의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자가 이곳을 통해 가자지구로 전달됐다. 구호기구 관계자들은 추가 지원을 위해 23일 통로가 재개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발전기와 담수화에 필요한 연료 등도 반입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과 협상하고 있다.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는 공동선언 채택 없이 종료됐다. 중동과 유럽 주요국 등 12개국 정상과 외무장관들이 참석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회의를 마쳤다. 이스라엘은 대표자를 보내지 않았다.
장은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e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