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게 아니고 이게 정상이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준비해라.”
6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 둘째 날 경기를 마친 뒤 최경주(53·SK텔레콤)가 후배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최경주는 자신이 손수 챙긴 코스 세팅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틀 연속 4타씩을 잃어 8오버파 152타를 기록해 2년 연속 컷 통과에 사실상 실패했다. 현재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 컷 기준타수가 5오버파이기 때문이다.
그는 라운드를 마친 뒤 “마치 US오픈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 처럼 오랜만에 힘든 경기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며 “아쉽게 좋은 성적을 내는 데는 실패했으나 ‘우리도 이렇게 코스를 세팅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성적과 무관하게 기쁘게 경기했다”고 라운드를 조기에 마감한 소감을 밝혔다.
대회가 열린 페럼 클럽는 ‘호스트’최경주의 의사를 반영해 페어웨이 길이 18mm, 폭은 15~25m, 러프는 A컷 35mm, B컷 100mm 이상 길렀다. 거기다 그린스피드는 1라운드 3.4m, 2라운드는 3.5m로 높이는 등 코리안투어 대회 코스 중 역대급 난도로 세팅했다.
최경주가 이 처럼 까다롭게 코스를 세팅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후배들에게 선진 투어 코스를 간접 경험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최경주는 “우리 선수들이 국내에서만 경기한다면 모르겠으나 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 다양한 투어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코스에서의 경험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 코스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려운 게 아니고 정상이다. 적당히 해놓고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선수는 경기를 통해서 배우는 게 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상시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라운드하는 것과 경기 때 부담감을 이겨내며 배워가는 것은 다르다.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선수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세계 무대로 나가는 목표를 세웠다면 그런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런 코스에서 경기하면 그만큼의 보상과 함께 성취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우리 후배들은 PGA투어 선수와 비교해도 비거리나 퍼팅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언 정확도는 차이가 크다. 아이언 샷은 어느 클럽이든 핀 근처에 붙여야 한다. 그린이 딱딱하든, 경사가 심하든 코스에 맞게 아이언 샷을 제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거기에서 차이가 있어 세계적인 선수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경주는 이 대회를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나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같은 대회로 만들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아널드 파머가 주최하는 초청 대회다.
그는 “잭 니클라우스는 ‘최고난도 코스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라’는 철학으로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준비했다”라며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열리는 뮤어필드는 코스 세팅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언더파를 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까다로운 코스를 정복하기 위해 선수들이 저마다 더 다양한 구질을 연마하고 공략법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도 그런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경주는 이어 “꿈이 있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선수라면 가야 할 길을 찾아가야 한다. 세계 무대로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국내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본인의 기량에 맞는 환경을 찾아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조급하게 생각말고 최종 목표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서야 한다. 나 역시 1997년 PGA 투어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운 뒤 일본을 거쳐 PGA Q스쿨에 도전했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현지로 나가 부딪히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이면 PGA투어 25년차가 되는 최경주는 “내년에는 기회가 되면 PGA 투어 대회에 더 많이 나가려고 한다”라며 “은퇴하지 않을 거라면 더 잘하고 싶다. 예전같지는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그림을 찾고 싶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멋있게 잘 마무리하고 싶다. 2024년에는 가능한 한 더 많이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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