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의장, 누가 되든 더 보수적…트럼프·강경파 표심 주목

입력 : 2023-10-05 06:57/수정 : 2023-10-05 07:47

미국의 차기 연방 하원의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공화당 경선이 보수 선명성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예산 삭감, 국경 강화 등 강경 보수파가 바라는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의원들 표심이 승부처가 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지원 등 조 바이든 대통령 핵심 정책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4일(현지시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출마 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실패한 리더십 아래 미국인들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부채는 우리 후손들을 불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경은 활짝 열려 있으며 마약이 유입되고 있다. 수백만 명의 검증되지 않은 불법 이민자들이 전국으로 밀려와 열심히 일하는 시민을 위한 사회 서비스를 빼앗고 있다”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우리는 단합된 입장으로 다가오는 (예산협상) 마감 시한을 활용해 민주당 상원과 백악관으로부터 보수적인 승리를 끌어내기 위한 두 번째 작업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단결하면 하원이 임박한 정책 싸움에서 가시적인 승리를 확보할 레버리지를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과거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강경파 지지가 필요한 만큼 의장 경선 과정에서 이를 강력히 주장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조던 의원도 출마 성명서를 통해 “극좌 진보 정책은 우리 안보와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며 “개방적인 국경 정책이 혼란을 일으키고, 국가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지출을 줄여 다음 세대에 더 많은 것을 남겨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던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제공하는 정부 지출 조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둘의 의장 선거 출마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공화당 지도자들이 서로 맞붙는 피 튀기는 투쟁의 무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 모두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이어서 누가 의장이 되든 공화당의 우파 선명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후보 성향은 비슷하지만, 당내 지지 기반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당내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 전 의장과는 다소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반란을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과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된 톰 에머 원내총무 등은 그를 공개 지지했다. 에머 총무는 그를 지지하는 대신 후임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던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종종 갈등을 빚었지만, 매카시 전 의장과는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는 이번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창립 멤버다. 연초 하원의장 선거 때 이들 지지를 받았지만 출마를 고사하고, 매카시 전 의장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이후 법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의혹을 파헤쳤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 조사도 주도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조던 위원장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조던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의회 내 측근으로도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소송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대응을 이끌며 그를 옹호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도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당시 “바이든이 정치적 라이벌에 맞서 법무부를 무기화하고 있다. 거짓 기소는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박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이름도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재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그를 의장으로 삼고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로이 넬스 의원 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의장을 맡아달라고 전화하고 있다”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국가와 공화당, 국민을 위해 최선인 것은 무엇이든 하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지만, 몇 시간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의사봉을 들고 하원 회의장에 있는 합성 이미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의장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의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현직 의원일 필요는 없지만, 공화당 규정상 2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공화당 지도부에서 사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후보든 강력한 당내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백악관 걱정은 커졌다. NYT는 “백악관은 하원이 언제 기능을 재개할지, 누가 공화당 회의를 주도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40일 후로 예정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을 포함한 지출 법안 운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제외될 가능성에 대해 “정말 걱정된다. 그러나 양당 상·하원 대다수가 자금 지원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의장 선거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며 공화당은 하루 전인 10일에 후보들의 정견 발표 등을 청취할 계획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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