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상대의 챔피언 폭을 노린 저격 밴으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젠지는 20일 대전 유성구 대전 컨벤션 센터(DCC)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T1을 3대 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3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 이른바 ‘쓰리핏’을 달성했다.
결승전 선착으로 번 시간을 잘 활용해서 만든 우승이었다. 젠지는 이날 1세트부터 3세트까지 일관된 밴 전략을 유지했다. ‘구마유시’ 이민형이 현재 메타에서 가장 잘 다루는 자야, ‘페이커’ 이상혁의 플레이오프 원투 펀치였던 아지르와 자야를 첫 페이즈에서 밴했다.
자야는 이민형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그리고 가장 좋은 승률을 기록한 챔피언이었다. 9번 꺼내서 7승2패를 기록했다. 아지르와 니코 역시 이상혁이 각각 5승4패, 2승2패를 거둔 패(牌)였다.
대전에서 젠지는 T1의 두 딜러에게 절대로 모스트 픽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T1은 제이스와 루시안, 아리와 아펠리오스, 탈리야와 드레이븐 등 자신들이 준비해온 차선책을 골랐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플랜A만큼의 파괴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젠지에게 3연속으로 넥서스를 내줬다.
젠지 고동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동안 자야·아지르·니코는 T1이 잘하는 픽들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여러 플랜 중에 그 3개 챔피언을 자르는 플랜을 선택했고, 처음에 잘 먹혀서 끝까지 밴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젠지가 지난 12일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 대결과는 전혀 다른 밴픽 전략을 준비해온 셈이다. 당시 젠지는 이상혁에게 5개 세트 중 4개 세트에서 아지르를 내줬다. 이민형에게도 1~3세트 내내 자야를 풀어줬다가 4세트부터 밴했다.
젠지가 이처럼 새로운 밴픽 전략을 수립한 건 결승전에 선착, 19일 T1과 KT 롤스터의 최종 결승 진출전을 지켜본 덕분이다. 고 감독은 “T1이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패턴들은 파훼하기 쉬웠다. 아지르나 니코를 많이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준비가 수월했다”고 밝혔다.
아지르와 니코가 없는 게임을 사전에 준비했던 젠지는 ‘쵸비’ 정지훈의 넓은 챔피언 풀을 십분 활용했다. 사일러스, 크산테 등 최근 미드라인에서 사장된 챔피언들을 골라서 T1을 당황시켰다. 정지훈은 “밴픽 단계에서 미드 챔피언을 밴해서 티어가 바뀌었다”면서 “챔피언을 잘 다루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대전=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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