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의 참사 당시 상황이 담긴 미공개 블랙박스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추가 공개된 영상에는 참사 당일의 아찔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면서 차들이 물살에 떠밀렸고, 당황한 운전자들은 차에서 나와 탈출을 시도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는 16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17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참사 당일인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30분쯤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는 순간부터 촬영된 지하차도 내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에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747번 버스의 모습도 보인다. 버스는 지하차도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빠른 속도로 차오르는 빗물에 떠밀리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들썩이며 뒤로 밀려났다. 트럭이 버스 뒤를 들이받으며 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지하차도 출구 쪽에 있던 승용차 한 대가 물에 떠밀려 내려오기도 했다. 차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던 운전자들은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자 차량 선루프나 창문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은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다 겨우 떠다니는 차량 위로 올라서 119에 다급히 구조요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구조 손길은 오지 않았고, 시민들은 물이 천장까지 차오른 지하차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서로서로 손을 뻗어 함께 탈출을 시도했다.
영상 속에 등장한 일부 시민은 끝내 지하차도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상 공개 후 한 생존자는 “버스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던 사람들의 모습,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며 “함께 탑승했던 동료와 고립됐던 사람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참사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피해자 11명은 이날 생존자협의회도 창립했다. 생존자협의회는 “똑같은 시민으로서 안전할 권리, 피해자로서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며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까지 꼬리 자르기 없이 제대로 된 처벌과 진상 규명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장창훈 충북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 김교태 충북경찰청장, 정희영 흥덕경찰서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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