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이 작가가 기증하겠다고 요청한 미술품을 기증받지 않고 되레 1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구매했던 것으로 경남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도립미술관 측은 이렇게 구매한 미술품을 항습 시설도 없는 창고에 먼지가 쌓인 채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경남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경남도립미술관은 A작가가 2021년 4월 12일 기증 신청했었던 B 작품을 같은 해 6월 28일 9887만원을 주고 구매해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방자치단체 미술품 보관·관리 기준을 보면 도립미술관은 예술적, 재산적 가진 A·B등급 미술품을 보존하기 위해 매년 2회 이상의 주기적인 교체·전시해야 하고, 온·습도와 먼지 쌓임, 훼손 여부 등을 고려하며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도립미술관은 B 작품을 구매 이후 한차례도 전시하지 않았고, 항온·항습 시설이 없는 창고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방치했다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도립 미술관 측은 “(기증 당시) 관행대로 작품추천위원에서 추천하지 않아 심의받지 않았다”면서 “수장고 보관 장소가 부족하고 실무 담당자가 바빠 해당 작품 관리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감사위는 “도립미술관 측이 학예회의에서 작품 구매 추천을 결정했다고 했지만, 학예회의 회의 결과 등 결재문서가 없었고, 제대로 된 보관 장소가 없는 상태에서 B 작품을 추천한 것을 보면 A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목적으로 기증과 구매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 감사위는 미술품 기증·구매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도립미술관 실무담당자 C씨를 ‘훈계’ 조치하고, 작품을 방치한 도립미술관 실무담당자 D씨를 ‘주의’ 처분했다.
또 미술관 전시관에 에어컨 등 항온·항습 설비를 구축하는 과정에도 부적정한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위 감사 결과 도립미술관은 지난해 6월 20일부터 9월7일까지 4억220여만원을 들여 3층 전시관에 항온·항습 설비 2대를 설치했지만, 관람객 출입 불편 등을 이유로 출입문을 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설치비 4450여만원을 불용 처리하고, 설비 기능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도 감사위는 항온·항습 설비 구축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도립미술관 실무담당자 E씨를 ‘훈계’ 조치하고, 지도·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도립미술관 실무담당자 F씨를 ‘주의’ 처분했다. 아울러 전시관에 항온·항습 기능이 발휘될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관 통보했다.
이 밖에 도립미술관 유연근무 대상자들의 지각이나 무단 근무지 이탈,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부적정, 기념품 구매 부적정, 소장품 수집 절차 부적정 등이 적발됐다.
도 감사위원회는 도립미술관에 대한 감사에서 행정상 시정 2건, 주의 4건, 통보 5건 등 총 11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도는 훈계 5명, 주의 5명 등 총 9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도립미술관에 요구했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