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에 골프장을 찾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홍 시장이 골프를 치던 시간은 대구시 직원 등 1000여명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던 때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홍 시장은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 골프 논란 관련) 사안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 파악이 먼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 홍 시장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와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먼저 따져본 후 당헌·당규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당무감사위원회 감사나 윤리위 제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진상조사 후 후속 조치에 대한 결정은 이르면 이날 오후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가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언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협위원장,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홍 시장이 폭우 상황에서 골프를 치고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홍 시장을 겨냥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헌신해야 할 공직자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함은 물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나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수해로 전 국민적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 골프장을 찾는 건 공직자의 기본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단체장은 업무 총괄만 하면 되고 정상근무나 자택대기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상 2단계 발령 시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뭘 하든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이어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 정치 하는 건 좀 그렇다”면서 “나는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팔공CC에서 골프를 치다가 폭우 탓에 1시간여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차원에서 홍 시장에 대한 징계 논의까지 이어지게 되면 김 대표와 홍 시장 간의 신경전이 재연될 수 있어 당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김 대표와 홍 시장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에 대한 당의 처분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홍 시장은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갔고, 김 대표는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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