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해군 부사관이 고령의 택시기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내뱉고 무차별 폭행까지 하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19일 오후 11시쯤 부산 남구에서 벌어졌는데, 지난 13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에서 다뤄지면서 구체적인 사건 내용이 재조명됐다. 폭행 가해자인 해군 부사관(중사) A씨(25)의 범행 과정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방송으로 접한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18일 온라인에 따르면 시민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거나 해군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특히 해군 게시판에는 “자국민 폭행하는 해군” “군인이 사람을 때렸다니” “선량한 시민을 폭행한 해군에게 엄벌을 요청한다” “택시기사 폭행한 해군의 직업을 박탈해 달라” 등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한블리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탄 A씨는 아버지뻘인 택시기사 B씨(65)에게 반말로 시비를 걸기 사작하더니 이내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또 “처맞을래”라며 손찌검하는 시늉을 하거나 운전석을 넘어서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B씨는 7분가량 운전을 계속한 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목적지인 해군 숙소 앞에 도착한 뒤 B씨는 경찰을 기다리려 밖으로 피신했는데, A씨는 따라 내려 욕설을 계속했다. ‘문신을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상의를 탈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B씨의 허리를 발로 가격했고, 이 충격으로 사이드미러에 배를 강하게 부딪힌 B씨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이어 그런 B씨의 몸 위에 올라타더니 마구 짓눌렀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갈비뼈 5개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B씨는 방송에서 “자식보다 더 어린놈한테 당했다고 생각하면, 솔직하게 죽고 싶다”면서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서 한동안 울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도착해 파출소로 이동한 뒤에는 A씨의 해군 동료들과 부대 직속 상관들까지 몰려와 선처를 요청했는데, 정작 A씨는 줄곧 자고 있었다고 한다.
B씨를 더 힘들게 한 건 해군들의 태도였다. A씨의 상급 부사관은 B씨에게 “젊은 군인을 죽이려고 하십니까. 청춘을 망치지 말아주세요”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본인이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라며 허탈해했고, B씨의 딸은 “젊은 가해자의 인생은 불쌍하고 무고한 60대 노인이 맞은 것은 괜찮은 것이냐”고 분노를 토해냈다.
A씨는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현재 징계 등 조치 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B씨 가족은 A씨의 구속을 위해 1408명으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B씨 가족은 혹시 모를 보복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프로그램 패널인 코미디언 박미선은 “평생 용서가 안 될 일”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문철 변호사는 “운전 중인 사람을 위협하면 특가법을 적용해 무겁게 처벌하게 돼 있다”며 “가해자가 택시 안에서는 협박·위협만 했고 차에서 내려서 폭행했기 때문에 처벌이 가벼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전치 6주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실형이 선고된다면 징역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이는 공무원(군인)직 박탈 사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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