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CCTV를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이를 비닐봉지로 가리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노동조합 간부 A씨 등 3명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9일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5년 11월∼2016년 1월 전북 군산시 한 자동차 공장에서 안팎에 설치된 CCTV 51대에 여러 차례 검정 비닐봉지를 씌워 시설관리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는 도난·화재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노조의 반대 속에서 2015년 10월쯤 설치를 마무리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회사가 개인정보보호법과 근로자참여법을 위반해 CCTV를 설치했으므로 이를 막은 것은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1·2심은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CCTV 카메라 중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다수 근로자의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CCTV가 감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더라도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가 있다면, 근로자참여법상 노조와 협의 의무가 있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고 판단했다.
이어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인정해 처벌할 수 없는 정당행위”라고 덧붙였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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