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까지 확대되면서 주가 널뛰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들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급등락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DB금융스팩11호는 공모가(2000원) 대비 121.75% 상승한 4435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주가는 공모가 대비 243% 오른 6860원까지 치솟았다가 고점 대비 35% 빠지며 장중 최저가로 마감했다.
DB금융스팩11호와 같은 스팩주들은 최근 상장 첫날 급등세를 보였다. 스팩(SPAC)은 기업의 인수·합병만을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합병 대상이 정해지지 않아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종목이지만 단기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몰리며 ‘상장빔’(레이저빔처럼 일시에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달 상장한 다른 새내기주들도 첫날부터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작게는 공모가 대비 101~200%, 크게는 당일 주가만 공모가의 8.5~299% 사이에서 움직였다. 가격 변동 폭이 크고 불안정성이 높아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일 코인판’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앞서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종목이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한 뒤 하락하면서 후속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으로 내놓은 조치다. 금융당국은 기존 변동폭 제한(63~260%)을 완화하면 쉽게 상한선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적정 시장가를 발견하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급등 후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하며 오히려 시장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첫날 거둘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이 기존 2배에서 4배까지 커지면서 공모주마다 상장 첫날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코스닥 기업 시큐센은 공모가(3000원) 대비 293% 높은 1만18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장한 5개 종목 모두 첫 날 공모가의 3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특히 알멕은 지난달 30일 상장 직후 공모가(5만원) 대비 260% 오른 18만원까지 올랐다가 반토막 수준인 9만9500원에 마감했다. 이후에도 3거래일에 걸쳐 40% 급등하는 이상 주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 6일 상장한 교보스팩14호는 첫날 따따블 수준인 3.99배까지 오르다가 금세 공모가에 수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미국처럼 아예 가격제한폭을 두지 않으면 모를까 상한선만 배로 높이다 보니 합법적 투기장이 열린 셈”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시가총액이 낮은 코스닥 종목 상장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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