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일하던 청소부가 경고음이 울리는 냉동고 전원을 내렸다가 20여년간 연구한 자료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이에 청소부가 소속된 청소관리 업체를 상대로 1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렌슬리어공과대학(RPI)은 최근 시설관리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 측에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학 측은 청소업체가 청소부를 적절하게 교육하고 감독하지 못해 연구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건 2020년 9월 17일로, 이 대학에서 근무하던 청소부는 연구실의 냉동고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전원차단기를 내렸다.
당시 냉동고에는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훼손될 수 있는 배양 세포 샘플과 시료가 들어있었다.
냉동고는 영하 80도를 유지하도록 설정돼 온도가 영하 78도에서 영하 82도 사이를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리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사흘 전 냉동고 온도가 영하 78도로 올라기 시작했고, 해당 연구팀은 배양세포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냉동고 제조업체에 수리를 의뢰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즉시 수리가 어렵고 일주일 가량 시간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이 냉동고에서는 소리가 난다. 이동하거나 플러그를 뽑지 말아 달라. 여기는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 경고음을 끄려면 음소거 버튼을 5~10초 동안 누르면 된다’는 문구를 걸어놨다.
그러나 사건 당일 연구실 청소를 맡은 청소부는 이 문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냉동고의 전기 차단기를 내렸다. 이후 냉동고 온도는 영하 32도까지 올라갔고, 급격히 올라간 냉동고에 보관된 세포들은 손상됐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다음 날 발견했다.
청소부는 진술서에서 “차단기 안내서를 잘못 읽었고, 차단기가 꺼졌다고 생각해 다시 켠 것”이라면서 “도우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학 측은 소장에서 “(해당) 연구 샘플을 보존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20년 이상의 연구 샘플들이 손상돼 복구할 수 없게 됐다”고 소송을 낸 이유를 밝혔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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