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받은 거 학교에 알려지면 안 되는데….”
2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미림여고입구 교차로. 교복 차림으로 전동킥보드를 타던 A군(17)은 단속 경찰관을 마주하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경찰관이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됐음을 알리자 A군은 “뉴스를 안 봐서 면허를 따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A군은 주민등록증도 만들지 않은 상태여서 범칙금이 즉시 부과되진 않았다. 차량운행사실 진술서를 쓰고 돌아가던 A군은 “학교 친구들도 전부 면허 없이 타고 다녀서 몰랐다”며 “면허증이 없어도 회원가입만 하면 돼서 다 킥보드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에 오른 배달부가 단속에 걸려들기도 했다. 동승자의 헬멧 미착용으로 경찰에 눈에 들어온 30대 배달부 B씨는 조회 결과 과거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미납한 상태였다.
B씨는 경찰관과 취재진을 향해 “벌금을 내지 않은 건데 무슨 내가 사람을 죽였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 지구대로 인계되면서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이 있나. 여기 통 안에 뜨거운 음식이 있는데 먹겠느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신호를 어겨 범칙금을 부과받은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는 “배달이 항상 밀려 있어서 신호위반을 하게 된다”며 “하루 30건 넘게 10시간 동안 일을 한다. 배달비가 올랐지만 저희가 받아가는 건 별로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미림여고입구 교차로 일대에서 ‘두 바퀴 차’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단속 대상은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였다.
경찰이 50분 동안 단속을 진행한 결과 오토바이 등 이륜차 22대, PM 10대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됐다.
최근 두 바퀴 차에 의한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서울경찰청은 오는 8월 27일까지 특별단속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5월 두 바퀴 차로 인한 교통사고는 1378건이었으며 직전 3개월보다 320건(30.2%)이 늘었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1232명에서 1674명으로 442명(35.9%) 증가했다.
차량 유형별로 분류하면 자전거(135.5%), PM(131.4%)에서 교통사고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부상자 역시 자전거(154.6%)와 PM(152.8%)이 증가분에서 비중을 차지했다. 두 바퀴 차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는 최근 3개월과 직전 3개월 모두 14명으로 같았다.
정현호 관악서 교통과장은 “날씨가 풀리면서 두 바퀴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두 바퀴 차 사고는 굉장히 치명적인 상해를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그만큼 위험한데 준법의식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라며 “차량 음주운전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킥보드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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