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동차 창업자이자 스페이스X,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강력한 마취 환각제인 케타민을 복용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마술 버섯(magic mushrooms)’에 취해 있고, 세계 최고의 밴처캐피털사인 ‘파운더스 펀드’의 최상위 임원들은 정기적으로 환각파티를 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전 세계 첨단 정보통신기술(IT)산업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가 환각물질에 중독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의 케타민 복용 사실을 전하며 “주변인들이 그가 케타민을 사용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복용 사실을 그로부터 직접 전해들었다”고 보도했다.
브린이 복용하는 마술 버섯은 강력한 환각 성분을 지녀, 복용이 금지된 일종의 독버섯이다. 미량을 복용하면 마술에 걸린 것처럼 환각에 빠져든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WSJ는 “실리콘밸리에선 마약과 다름없는 약물을 복용하는 일이 이제 기업문화가 돼 버렸다”면서 “최고위 경영층은 환각제, 그 가운데서도 실로시빈, 케타민, LSD 등을 테크 비즈니스 혁신의 도구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영업·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한 칼 골드필드는 신문과의 접촉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이 극소량이지만 환각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필드는 환각 약물을 적절하게 복용하면 ‘정신력의 최대치’에 이를 수 있으며, 어떻게 얼마나 복용하는지를 주변 동료들에게 알려주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골드필드는 자신의 집이나 회사에서 열리는 파티에 빅테크 거물들을 초청해 실로시빈이 든 체리맛·오렌지맛·파인애플맛 젤리를 내놓았다고도 했다.
스타트업 기업인 ‘빌드베터’의 CEO 스펜서 슐럼은 “강력한 마약인 LSD를 3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복용한다”며 “사업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결제·이체 서비스 ‘캐시앱(Cash App)’을 창업한 보브 리는 지난 4월 살해되기 직전 약물 사용이 횡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 파티 장소에 머물렀으며, 부검 결과 케타민이 체내에서 발견됐다.
신문은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선 기업가들이 불안감과 우울증 완화, 집중력 강화 등의 이유를 내세워 환각물질에 손을 대는 게 관행으로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학적 실험도, 투자 기회도 아닌 그저 사업의 일상적 부분이 된 관행”이라며 “잘 드러나진 않지만 약물 의존과 오남용으로 이어진 경우도 종종 나온다”고 전했다.
이들 ‘부자’ 중독자들은 팬타닐 코카인 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마약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대신 약학자나 화학자를 직접 고용해 전문 의약품에 해당하는 환각물질을 직접 제조해 ‘매우 엄격한’ 복용량을 지키며 복용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펀드를 설립해 환각물질 연구에 거금을 투자하기까지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환각물질연구협회 컨퍼런스에는 1만20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룰 정도였다.
대체의학으로 포장한 환각물질산업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49억달러 정도였지만, 오는 2029년에는 118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 산업의 최대 투자자는 역시 파운더스 펀드로, 환각성 화합물인 실로시빈의 합법화 연구에 올인하고 있는 ‘컴패스 패스웨이’를 소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특히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대학가는 1960년대 히피 문화가 탄생한 지역이다. 마약인 LSD와 대마초, 마술버섯 등은 히피들이 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시부터 애용됐던 환각물질이다.
그만큼 스탠퍼드대 등 이 지역 명문대 출신이 유입되는 실리콘밸리는 ‘환각 문화’에 예전부터 익숙했다는 의미다.
WSJ는 “수년전만해도 약물 중독 문제를 취재하면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전혀 하지 않는다’며 부인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젠 버젓이 ‘내가 하는 약물은 마약 중독이 아니라 정신적 힘을 주는 에너지’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머스크와 브린에게 이같은 취재 내용을 언급하고 해명과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파운더스 펀드측은 ‘환각물질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이같은 물질을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된 뒤 트위터에 “항우울제가 사람을 좀비처럼 만드는 일이 잦다”며 “케타민을 가끔 복용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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