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지난 2일 발생한 대규모 철도 추돌 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이 승차권 가격이 가장 싼 입석 객차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인도의 빈부격차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288명 중 거의 대부분은 사고 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 기관실 바로 뒤에 붙어 있는 입석 객차 3량에서 나왔다.
해당 열차의 입석 객차 승차권은 약 5달러(약 6000원)로, 먼 타지로 돈을 벌러 가는 노동자 등 빈곤층이 주로 이용한다. 철도 당국에 따르면 당시 입석 객차엔 300여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당국은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중 2명만 지정된 좌석의 승객이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사망자들은 모두 ‘일반석’이라고 불리는 입석 객차 승객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인도 현지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지정석 승객과 달리 일반석 승객에 대한 승차 기록과 신원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국의 사고 초기 보고서에서는 입석칸 승객이 통째로 누락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망자 신원 파악도 어려웠다. 병원에 옮겨지거나, 유족들이 시신을 찾아본 뒤에야 겨우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망자 중 80명가량은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채 시체 안치소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석칸에 타고 있다가 목숨을 건진 라훌 쿠마르(28)는 “승객들은 모두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일용직 노동자, (좌석이 지정된) 표를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NYT는 “하루 열차 승객이 2000만명에 이르는 인도에서 7명 중 6명은 이처럼 좌석을 예약하지 않는 승차권을 이용한다”며 “이번 참사는 인도의 철도 인프라 부족이 빈곤층에게 더 큰 짐을 지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샬리마르에서 첸나이를 향해 시속 13㎞로 달리던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신호 오류로 정해진 선로에서 벗어나 주차돼 있던 화물열차와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인도 당국은 이번 사고의 사망자를 288명에서 275명으로 수정했다가 다시 288명으로 바로잡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 사망자 중 약 80명의 신원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부상자는 1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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