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계획한 뒤 ‘혼자 죽기 억울하다’는 이유로 처음 본 여성의 목을 조른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1부(장석조 배광국 김복형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24)에게 최근 1심과 같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9월 경기 고양시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을 뒤따라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지난해 7월 새벽, A씨는 처음 본 다른 여성을 뒤따라가 목을 졸랐다. 기절한 피해자를 인도 옆 화단으로 끌고 가 다시 목을 조르다가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대로 도주했다.
의식을 되찾은 피해자가 직접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인근 CCTV 영상 추적 등을 통해 A씨를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우울증 등으로 처방받은 약물을 다량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 사건으로 A씨에게는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법정에서 “혼자 죽으면 억울하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특정인을 살해하려던 중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목을 조르는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피해자는 사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5년간 신상정보 등록 등도 명령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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