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의 주택가에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1250여 마리가 사체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반려동물들을 ‘폐기할 목적’으로 처리업자에게 팔아넘긴 동물번식업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50대 A씨 등 동물번식업자 32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기와 인천, 강원 등에서 동물번식업을 하는 이들은 지난 1년여 동안 번식 능력이 떨어진 노령견 등을 한 번에 20~30마리씩 양평의 처리업자인 60대 B씨에게 마리당 1만원에 팔아넘겨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만나 서로 정보를 공유하던 중 ‘노령견을 싼값에 처리해주는 곳이 있다’며 처리업자 B씨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노령 반려동물 개체수가 쌓이면 B씨에게 연락해 한 번에 20~30마리씩 수거해가도록 했다. B씨는 여러 마리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 동물 이동장을 자신의 1t 냉동탑차에 무더기로 실어 수거해갔다.
B씨는 이렇게 사들인 반려동물 1250여 마리를 방치해 숨지게 한 뒤 동물 사체를 자신의 주택 곳곳에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밀폐식 구조인 냉동탑차에 실린 동물들이 양평에 있는 B씨 주택으로 이동하는 3∼4시간 동안 대부분 질식해 도착하기도 전에 숨이 끊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1000여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을 운송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동물이 짖는 소리 등을 거의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B씨가 이미 숨진 동물들만 가져다가 유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B씨에게 팔려나간 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소형견이었으며, 대부분 팔리기 전부터 이미 영양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극도로 마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체포된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1년 6개월 어치를 분석해 동물번식업자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노령견을 B씨에게 보낸 것은 맞지만 곧바로 죽을 줄은 몰랐다”고 혐의를 일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나이가 들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 반려동물을 싼값에 처리하기 위해 죽일 것을 알면서 B씨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관청과 협업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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