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씨에 투자한 이들 일부는 SG사태와 관련해 라씨나 증권사를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하기에 앞서 본인의 방어를 위한 법률 상담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씨의 계획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가수 임창정씨를 거론한다. 임씨는 SG사태 폭락 직후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서 본인을 피해자로 주장한 바 있다. 임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라씨에게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맡겨 매매를 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줬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씨의 발언에 대해 “사실상 (범행을) 자백한 것”이라며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에서도 방조나 가담 정도가 크지 않지만, 죄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피해보상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소송을 당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김종복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 해당 사실이 공개돼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며 “라씨 등이 배상 자력이 없다면 결국 이들에게 소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피해자들은 라씨를 포함한 시세조종 일당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다만 배상 가능성이 큰 곳에 손배 소송을 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피해자도 많다. 실제로 법무법인 한누리는 소송을 위한 피해 접수 현황을 모집하고 있다. 아직 소송 대상 등을 특정하지 않았다. 추후 SG사태의 책임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필서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피해자로서는 실질적으로 피해 회복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며 “불법 행위를 한 자들에게 변제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라씨의 재산이 추징보전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관계가 좀 더 드러난 이후 변제 자력 여부를 따져서 소송 진행 방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라씨와 측근들의 신병을 모두 확보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세 조종 행위 자체를 먼저 수사하면서 점차 수사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8개 상장사 폭락 전 대량으로 지분을 매도한 이들에 대한 조사는 물론 라씨에게 자금을 맡긴 피해자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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