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에 앞선 한국의 현지 시찰에 대해 “안전성 평가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안전성을 평가할 기회”라는 입장이어서 시찰단 역할을 놓고 한·일 갈등이 재연될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9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한국 시찰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처럼 처리수의 안전성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대응”이라며 “처리수의 안전성에 대해 평가나 확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이와 함께 “처리수(후쿠시마 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 탱크의 상황이나 공사의 진척, 처리수 방출방법 등을 정중하게 설명하고 싶다”며 “처리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가들의 시찰단 수용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다. 한국 전문가 일행은 오는 23일 후쿠시마 현지를 시찰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IAEA의 국제기준에 비춰 안전성 평가가 확인된 뒤 올여름 해양 방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안전성 평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이 한국 여론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시찰단 파견, 국장급 협의 등의 기회를 통해 ALPS(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 해양 방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IAEA의 검증을 받아 (오염수 안전성과 관련해) 설명을 성실히 해왔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대만 시찰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했으나 이 역시 현장을 ‘견학’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외교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에 대해 “독자적으로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을 중층적으로 검토·평가할 기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 자료에서 “오염수 처분 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자체적인 과학적·기술적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보고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오염수 자체에 대한 검증은 IAEA가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의 오염수 정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운영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점검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애 구자창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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