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을 쏟아부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화염에 휩싸인 도시 모습이 담긴 영상 한편을 올리면서 “러시아가 소이탄으로 바흐무트 지역을 포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영상이 찍힌 시점이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도 이 영상을 분석한 결과 영상은 드론으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며, 장소는 바흐무트 도심 서쪽 어린이병원 인근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BC는 그러면서 이 지역에 대해 러시아가 수개월에 걸쳐 장악을 시도해 온 격전지로, 러시아 사망자만 수천명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BBC는 또한 도심을 화염에 휩싸이게 한 공격이 우크라이나 국방부 주장처럼 소이탄의 일종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다만 백린탄 사용 여부까지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소이탄은 항공 폭탄이나 로켓탄, 수류탄 등에 소이제를 넣은 것으로 사람이나 시가지·밀림·군사시설 등을 불태우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타격 지점 주변에 치명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를 주는 만큼 민간인 거주 지역이나 민간인 밀집 시설에 대한 소이탄 사용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
특히 소이탄의 한 종류인 백린탄은 가연성이 매우 강한 백린을 원료로 쓴 폭탄으로, 파편을 타격 지점 주변에 광범위하게 뿌리는 화학 무기다. 원료 자체가 맹독성인 데다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과 섬광 등이 나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잘 꺼지지도 않아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러시아는 국제법상 연막용, 조명용으로만 사용 범위가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다만 러시아는 이 의혹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가 마리우폴 포위 등 과정에서 민간 시설에 백린탄을 썼다고 비난해 왔지만, 러시아는 줄곧 “국제 협약을 위반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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