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는 경찰관이 골프장 탈의실 옷장에서 도리어 남의 지갑을 훔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수사의 주체가 돼야 할 경찰관이 절도혐의로 수사의 객체가 되면서 실직자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일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A 경사에 대해 ‘파면’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공무원의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공무원 자격이 박탈된다.
향후 5년간 공무원 재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은 절반이 삭감되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13일 낮 12시30분쯤 전남 나주의 한 골프장 탈의실 옷장에서 현금 200만원과 수표 500만원 등이 든 B씨(56)의 지갑을 훔친 혐의가 불거져 쇠고랑을 찼다.
조사결과 A경사는 가까운 곳에서 B씨가 옷장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씻기 위해 탈의실과 맞붙은 목욕탕으로 가는 광경을 우연히 곁눈질로 목격했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4자리의 아라비아 숫자를 순간적으로 외웠다가 지갑 속에 있던 현금 등을 챙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A경사는 당초 “B씨가 샤워를 하러가다가 떨어뜨린 지갑을 주웠는데 돌려주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경사의 진술과 동선, 분실한 지갑을 주웠다는 시간과 분실 시간의 시점이 어긋난다는 점을 밝혀내고 범행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특히 A경사는 사건 당일 골프를 치지 않고 탈의실만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채무 관계인을 만나러 갔다가 신분 확인을 하려고 옷장에서 지갑을 꺼냈을뿐 훔칠 의도는 없었다”고 엉뚱하게 둘러대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나주지역 골프장 여러 곳에서 잇달아 발생한 절도 사건에 A 경사가 연루됐는지 조사했으나 여죄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면처분이 내려진 A경사는 소청 심사를 청구해 현직에 복귀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절도 피의자 전환에 따른 파면처분은 경찰 공직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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