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을 갖자는 대통령실의 제안을 받았으나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부터 만나는 게 순서라며 거절했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이 옹졸한 정치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았다. 이 수석은 박 원내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하며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수석은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만날 시 부르면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라고 명확히 얘기했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도 “일주일 뒤면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1년 동안 야당 대표와 회동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저희로서는 참 아쉬운 대목”이라며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대화 복원의 출발이 되도록 대통령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를 패싱한 윤 대통령의 제안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줄곧 거부하더니 비명(비이재명)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회동을 제안한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자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다가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니 만나겠다는 건 이 대표보고 ‘엿 먹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면서 “야당에 대한 배려가 눈곱만큼이라도 있으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도 “대통령이 너무 옹졸하게 정치를 하고 있다”며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하고 왕따시키려는 것 같은데 세상에 어떻게 저런 대통령이 있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이 제안한 회동은 일단 무산됐지만,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첫 공식 만남을 갖고 협치를 다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사차 찾아온 박 원내대표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25분간 회담했다. 양측은 여야의 대선 공통 공약 130여개 중 쟁점이 없는 법안부터 합의 처리하자는 데 공감했다. 윤 원내대표는 “자주 만나고 소통하면서 다름을 조정하고 의회 정치를 복원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