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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과학적 사실, 남은 것은 法의 판단” [이슈&탐사]

‘플랜 1.5’ 박지혜 윤세종 변호사

탄소중립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등 국내 기후변화 소송을 이끌고 있는 '플랜 1.5'의 박지혜(오른쪽), 윤세종 변호사. 최현규 기자

“2050년까지 7억3000만톤, 1.5도를 위한 계획.”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박지혜‧윤세종 변호사는 국가의 환경권 보호를 촉구하고 온실가스 배출 기업의 책임을 묻는 여러 기후변화 소송들에 관여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신축에 의문을 제기한 최초의 기후변화 소송, 기후위기를 미래세대에 전가한 불평등을 따져 보자는 헌법소송에 이들의 이름이 있다. 때로는 사법적 판단이 있기 이전부터 이들의 소송이 학계의 논문에 오르거나, 외신의 관심을 받는다.

현재의 법적 체계 속에서 기후변화 소송은 그 요건을 따지는 일부터 까다롭다는 평가가 있다. 환경과 산업 사이,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의 난제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다만 두 변호사는 기후변화 소송이 어려운 법리에 묶일 일이 아니며, 과학적 사실은 이미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일보는 서울시 종로구 ‘플랜 1.5’ 사무실에서 둘을 만나 기후변화 소송에 대해 말해줄 것을 청했다. 둘은 각자의 법률 조력이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것이고,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미래세대의 기본권

▲국민일보=국내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소송으로는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를 주장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있습니다. 이 법이 2022년 2월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되면서, 청소년기후행동은 기존의 헌법소원을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법도 위헌임을 주장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청소년들이 소송에서 주장하는 취지를 정확히 다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

▲윤세종 변호사=현행법에 따른 법률, 그리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에 필요 최소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며,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입니다.

▲국민일보=이 헌법소원의 목표는 결국 정부의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규정을 촉구하는 것입니까?

▲윤=꼭 ‘계층’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불평등은, 기후변화를 미래에 집중시킨 것이 ‘세대 간 차별’ 문제라는 것입니다. 국가의 감축 목표가 부족하고 국가가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그리고 세대 간 불평등으로 인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박지혜 변호사=2020년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감축목표 불이행에 관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2020년으로 설정돼 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로 2030년 목표를 수립해 이를 대체했는데 청구인들은 정부가 감축목표를 선언적으로 말하기만 하고 충분히 노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던 것입니다.

▲윤=일단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이라는 국제 협약에 가입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법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국가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현저히 낮게, 나아가 1.5도 이내 제한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갖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운 목표는 어느 모로 평가하더라도 파리헙정 목표 달성에 부족함이 명백합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를 승인했는데,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는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43%는 돼야 비로소 세계 평균 수준의 감축 부담을 분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나 인당 배출량으로 보나 배출 책임이 큰 우리나라는 여기서 제시된 수치보다 큰 폭의 감축이 필요합니다. 국가간 형평을 고려하면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우리나라는 아직 한 번도 정책을 통해서 배출량을 줄여본 경험이 없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후퇴하니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지만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고, 그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목표가 준수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촘촘하게 갖춰야 합니다. 목표만 내놓고 ‘우리 잘했다’ 하고 넘어가면 안 됩니다.

▲국민일보=다른 국가들은 현재 우리나라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성공적으로 감축 중입니까?

▲박=유럽연합(EU)에서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납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그렇고, 독일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디커플링 경향으로 보자면 현재 우리보다 성공적인 다른 국가들이 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입니다.

▲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으로 보면 온실가스를 계속 증가시키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터키 멕시코, 3개 국가 뿐입니다. 일본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기 시작한 지 꽤 됐습니다. 우리와 사회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온실가스가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를 보인 지 오래됐고, 오히려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온 우리나라가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해외에서는 기후위기를 사실로 인정하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판례들이 형성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그러한 해외의 헌재, 법원의 판단과 같아야 하겠습니까?

▲윤=국가에게는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헌법상 존재합니다.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기본권을 하나 더 말하고 싶습니다. 청구인인 청소년들이 현 세대에 비해 차별적인 취급을 받는, ‘세대 간 불평등’으로 인한 평등권 침해가 추가적으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확성기 소음에도 국가 의무가 있었다

▲박=환경권의 경우 그동안 침해를 인정한 전례가 없었는데 2019년에 선거기간 확성기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하지 않은 것이 국가가 환경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인정한, 특히 환경권에 대한 의무 위반을 인정한 선례가 생겼기 때문에 우리의 사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일보=확성기 사용과 환경권의 관계가 설명된 사례를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윤=헌재는 2019년 말 선거기간 유세차량 등에서의 확성기 사용 소음에 한도를 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에 대한 환경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결정했었습니다. 이 결정에 비춰보면, 기후위기라는 중대한 환경적 인류 전체적 국민들에게 직면한 위협은, 당연히 환경권의 보호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기후위기의 위협에 대한 국가의 대응이 충분한지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민일보=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소송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의견서를 제출하고 정부의 답변을 요구한 줄 압니다. 현재는 어떤 상황입니까?

▲윤=정부의 답변은, 소송 제기 6개월여 뒤인 2020년 10월 한 차례 있었고 그 이후 정부나 국회로부터 서면 제출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 이후로도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 평등권에 대한 추가적인 주장, 해외 판례 등 국제적 동향을 정리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헌재는 1년에 한 번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 절차가 진행상황을 알리는데 현재까지 해외 연구 등 사례를 검토하고, 쟁점과 법리가 복잡하니 심층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공개변론도 신청한 상태라서 공개변론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국민일보=정부 측 답변은 충실했습니까?

▲윤=미래세대의,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률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절차적 항변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도 법과 정책을 만들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박=소송 절차 진행과 더불어 이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후로도 청소년들은 열심히 기후 운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탈석탄 캠페인’에도 청소년기후행동은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지난 3월 13일에는 청소년기후소송 ‘3주년’ 기자회견도 했습니다. 청소년들은 사실 3년이 흐르니 적극적인 운동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 많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송이 국가가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바뀐 것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2021년 상향된 것도, 모두 이 소송이 제기된 이후의 일들입니다.

탄소중립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등 국내 기후변화 소송을 이끌고 있는 '플랜 1.5'의 박지혜(오른쪽), 윤세종 변호사. 최현규 기자

최초의 기후소송,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국민일보=삼척블루파워가 현재 건설 중인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그 사업계획이 취소돼야 한다는 소송을 진행한 줄로 압니다.

▲박=발전소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공사에 들어갑니다. 강원도 삼척시 동해시 주민들은 그 실시계획 승인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2018년 4월 3일 제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것입니다. 이것은 인허가에 대한 소송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발전소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과정에 있었는데,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전인 2018년 3월에는 KDB산업은행이 대주단을 모으는 금융주선행위의 중단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일보=소송의 계기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박=2017년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최종 결정됐고, 삼척을 포함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짓겠다는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삼척 주민들은 오래도록 핵발전소 건설 저지 투쟁을 해온 이들입니다. 새 정부(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 당연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여러 변호사들을 찾아다니며 취소 소송을 대리할 이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야기하는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도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소송을 시작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시민들도 석탄화력발전소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년에 1300만톤 정도로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돼 있었습니다. 이는 대략적으로 국가 배출량의 2%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척 주민들께서 어렵게 시작한 만의 반대 운동이 전국적인 지지를 얻게 된 사건입니다.

▲국민일보=정부의 답변과 법원의 결론이 궁금합니다.

▲박=주민들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후위기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결정된 석탄화력발전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저해하며, 이는 상위 계획과 배치돼 불합리하다는 것을 위법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더라도 재생에너지를 늘리거나, 다른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법원이 볼 때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꼭 지킬 것이라고 하고,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도 여럿이고, 또한 그 수단의 선택에 있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재량도 있으니, ‘우리는 존중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2020년 9월에 1심 판결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국가가 제기한 주장을 거의 인정하는 식으로 판결이 나와 실망스러웠습니다.

▲국민일보=항소했습니까?

▲박=항소했지만 2심 역시 정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상고하진 않았습니다.

▲국민일보=발전소의 공사는 소송 중에도 계속됐습니까?

▲박=소송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소송의 실익이 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사가 많이 진행될수록, 위법하지만 진행된 공사를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으로 갈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입니다.

▲국민일보=소송과 별개로, 당시 금융권의 석탄화력발전소 자금 지원을 막는 운동도 벌인 줄로 압니다.

▲박=‘석탄을 넘어서’라는 시민사회단체 연대캠페인을 통해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발전소의 건설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서, 다른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문제삼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비는 약 4조9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산운용사 측에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위기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 발전소가 제대로 완공될 경우 배출량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등을 전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회사채를 사들이겠느냐고 미리 묻는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한 것입니다.

▲국민일보=실제로 금융회사들에게 그런 내용을 전달하고 의향을 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금융회사들에 말을 전달했습니까?

▲윤=이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들의 목록을 만들고 이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계속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했습니다. 많은 금융기관들은 이런 문제제기를 받은 경우가 없어서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석탄 투자가 금융회사 입장에서 손실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최대한 설득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특히 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미 석탄 투자를 중단한지 오래됐다는 점을 중요하게 부각했니다. 그리고 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석탄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금융기관과 응답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국민일보=그렇게 자산운용사들에게 일일이 설명한 결과는 무엇입니까?

▲윤=이 캠페인 결과로 주요 자산운용사 30개 가운데 18개가 삼척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산운용 규모로 모면 87%가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었습니다. 이후로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한 회사채는 시장에서 전혀 팔리지 않았고 지금도 그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석탄투자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됐고, 이런 사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졌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BTS의 맹방해변

▲국민일보=삼척 지역의 여론은 어땠습니까?

▲박=이러한 사업은 지역의 필요에 의해 지역에서 결정돼 진행하는 것이 아니며 인허가권자가 산업부 장관입니다. 일단 결정되면 ‘어쩔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2021년까지 지역 여론조사도 해 봤습니다. 발전소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었지만 ‘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필요하지 않다. 건설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아직도 적잖은 지역 주민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당초 계획과 달리 시운전에 사용할 석탄을 육상 운송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 의견 수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다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육상 운송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발전소가 석탄을 육상으로 운송하겠다고 나선 것은 맹방해변 문제 때문입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독특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발전소는 해안가에 건설되어서 배에서 석탄을 하역하면 바로 발전소로 옮겨 떼는 식인데,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폐광 부지를 활용해 발전소를 짓겠다고 한 사례라서 발전소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가까운 맹방해변에 석탄 하역시설을 별도로 건설하게 되었는데 환경영향평가시 약속한 해안침식 관리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협의사항 미미행으로 건설공사가 1년 가까이 중단됐었습니다. 그래서 항만 공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이제는 육상으로 석탄을 옮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맹방해변은 한편으로는 BTS의 ‘버터’ 뮤직비디오가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박=그래서 케이팝(K-POP) 팬들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케이팝 팬들 가운데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이들이 만든 ‘케이팝포플래닛’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슈를 알게 되고, “우리가 좋아하는 BTS 앨범 커버가 촬영된 아름다운 해변이 수년 뒤 볼 수 없는 곳이 된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동남아나 남미 등 외국의 케이팝 팬들은 한국에 직접 와서 맹방해변 공사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BTS를 통해 상상했던 한국은 굉장히 선진적일 것 같은데, 지금도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느냐고 얘기합니다. 삼척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지역이 관심 받는 명소라는 점은 자랑스러울 텐데, 맹방해변이 파괴된다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립의 반대 여론을 키웠다고 봅니다.

▲국민일보=삼척블루파워는 ‘친환경 발전소’라고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박=많은 발전소들이 ‘친환경 발전소’라는 용어를 씁니다. 하지만 어떠한 기준에 따라 친환경을 말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발전소가 생산하는 제품은 전기입니다. 제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환경적 영향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지금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 중에서는 비교적 깨끗하다”는 주장을 하는 데 불과합니다. 가스 발전소, 태양광・풍력 등 같은 똑같이 전기를 생산하는 다른 발전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다는 점은 감추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소송이, 본격적인 기후변화 소송의 첫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박=최초를 주장하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는 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왜 석탄화력발전소는 문제라고 합니까” 묻는다면 절반 이상은 ‘기후변화’ ‘온실가스 배출’을 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말자고 한 이 소송에서 그러한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거론한 이 소송이 우리나라 최초의 기후변화 소송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갯벌을 매립해 공항을 짓는다

▲국민일보=새만금 신공항 신축과 관련해서도 소송이 제기돼 서울행정법원이 심리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박=지난해 9월에 제기한 소송입니다. 지난해 6월 최종적으로 새만금신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그 고시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한 것입니다. 원고가 1000명을 넘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받는 소송입니다. 지난 3월 9일 첫 기일이 열렸고, 두 번째 기일은 6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 3월 기일은 쟁점 정리만 하고 마쳐졌습니다. 앞으로는 주요 쟁점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될 것입니다. 소송단은, 법원이 수라갯벌에 와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일보=갯벌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 ‘블루 카본’(연안 또는 습지 생태계가 격리‧저장하는 탄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갯벌이 삼림보다 탄소 흡수 저장 능력이 높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은 아직 해수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고 흰발농게와 같은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갯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철새들이 오가는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곳을 완전히 매립해 온실가스 배출을 늘일 수 밖에 없는 공항으로 쓰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입니다.

▲국민일보=공항 신축은 어떠한 점에서 가장 문제가 된다고 주장합니까?

▲박= 새만금국제공항 신축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갯벌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가 수차례 천명한 갯벌 보호 방침과 배치됩니다. 해양수산부는 갯벌의 생태학적 가치를 알리고, 갯벌을 확대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유네스코는 2021년 한국 서해안 남해안의 갯벌들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한국 정부의 갯벌 보호 노력 확대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새로운 공항을 짓는 것은 항공교통 수요를 확대하고 그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로 지적될 만합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철도로 대체될 수 있는 국내 항공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정책을 결정, 법제화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갯벌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 항공을 통한 탄소 배출량 증가 효과 등을 입증해 나갈 것입니다.


해외는 판례들이… 한국은 아직

▲국민일보=요컨대 국내에서도 기후변화 소송이 제기된 사례들은 더러 있지만, ‘전향적 판결’이라고 말해지는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싶습니다. 법원이 판단할 기회가 없었던 것일까요?

▲박=사실 공익적 환경 소송의 경우 ‘전향적 판결’이 있었던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후변화 측면에서 우려가 큰 사건의 경우에도 소송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원고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원고들이 우려하는 피해의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등이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좁은 문을 통과하더라도 본안 판단에서 환경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판단이 내리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건에서 보듯이 소송상 다툼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공사는 계속 진행됩니다. 소송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사실은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 환경소송이 줄어들게 되고, 법원에서도 의미있는 판단을 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고요. 일종의 악순환입니다.

▲윤=그래서 결국 헌재가 심리하는 탄소중립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기후변화 문제를 가장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소송인 것입니다. 헌재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가가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법의 판단이라는 것은 실은 단순한 것입니다. 사실과 법리, 즉 사실인정을 해서 법에 비추는 과정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실은 매우 명확합니다. 과학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아주 잘 규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법의 판단입니다. ‘전향적 판결’ ‘획기적 판결’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은 단순한 판단인 것입니다. 기후변화라는 큰 문제가 있고, 정부의 대응은 불충분하다는 판결을 구하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대법원과 독일 연방헌재 등에서 연이어 국가의 위법을 말하고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사실들을 정확히 보고, 그에 맞춰 국민 기본권이 충분히 보호되는지를 따지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덜란드 대법원이나 독일 연방헌재와 같은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등 국내 기후변화 소송을 이끌고 있는 '플랜 1.5'의 박지혜(오른쪽), 윤세종 변호사. 최현규 기자

시급한 문제와 실천적 대안

▲국민일보=두 분은 언제부터 법률적 전문 능력을 환경운동과 결부해 왔습니까? 구체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박=저는 어려서부터 특히 환경 이슈에 관심이 있었고, 흔히 오염원인자로 일컬어지는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현재의 ‘ESG’) 확산을 위해서 관련 컨설팅도 해보고 실제로 기업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로로 6년가량 일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기업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에 바로 녹색법률센터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상근변호사 일을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윤=10대 때부터 환경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환경단체에 가입하고 활동을 지켜보는 정도를 실천이라 여겼습니다. 환경과 관련해 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때 새만금 갯벌 지키기 운동이 환경운동의 핵심의제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갯벌을 지키기 위한 미래세대 소송 등 시민사회에서 여러가지 법적 개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법원 문턱을 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법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변호사가 돼서는 법무법인에서 환경규제와 국제분쟁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기후변화가 나날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나 변화가 위험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커졌고, 2019년에 기후환경단체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국민일보=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앞으로 2030년까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우리나라 기후 정책이 바로 서고 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플랜 1.5’ 동료들과 힘을 모아갈 생각입니다.

▲윤=기후변화라는 시급한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응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시민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이 문제의 시급성을 더 널리 알리고 우리가 더 많은 노력와 자원을 기후변화 대응에 쏟아 넣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키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어떻게 그러면 기후변화 대응을 할 것인가,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지에 대해 다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환경적으로 필요한 수준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지금 실행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플랜 1.5’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슈&탐사팀 이경원 이택현 정진영 김지훈 기자 neosarim@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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