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912 특별 프로젝트 워킹그룹’이 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해외의 반중 인사들을 공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적극 옹호하면서 코로나19 중국 기원론을 주장하거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세력을 타깃으로 삼았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12 그룹의 실체는 미국 연방검찰이 중국 공안부 요원 34명을 궐석 기소하면서 제출한 89페이지 분량의 고소장과 관련자 진술서에 기술됐다. 공안부 요원들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에 개설한 가짜 계정을 이용해 ‘중국의 적’들을 위협했다. 반중 인사들의 화상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가족을 표적으로 삼는가 하면 특정 인사의 부친을 가택 연금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안부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른 측근인 왕샤오훙이 맡고 있다.
공격 대상에는 천안문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인사와 2020년 중국을 떠난 바이러스 학자 등이 포함됐다. 미 검찰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SNS 기업의 고위 임원도 포함됐다. 미 검찰은 912 그룹의 활동이 베이징시 공안국 사무실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하면서 요원들이 지침에 따라 움직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 팀이 언제부터 가동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이 가짜 SNS 등을 동원해 중국에 우호적인 콘텐츠를 퍼뜨리고 반중 세력을 탄압한다는 의혹은 줄곧 제기돼왔다. 중국 공안부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외교부는 “중국에 초국가적 탄압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없으며 이는 미국이 조작한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답했다.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향우회 간판을 걸고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중국계 남성 2명을 체포해 기소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정부의 요원 활동을 공모하고 중국 공안부와의 통신 기록을 삭제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미국 내 중국 푸젠성 출신들의 모임인 ‘창러공회’는 2016년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 사무실을 임대했는데 FBI는 이 공간이 비밀경찰서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달 초 중미 수교국 순방 중 미국을 경유했을 때 현지 중국인들을 동원해 반대 시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교무위원회는 입법원(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머문 뉴욕 시내 호텔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한 LA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의 반대 시위 참여자에게 1인당 200~400달러(53만5000원)를 주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80달러(10만원)만 지급해 참가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대만 교무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적색 침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