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 등에 따른 ‘깡통전세’ 증가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늘면서 주택 전세보증사고 건수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절반이 다가구주택이었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주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7974건으로 지난해 4분기 2393건의 3.3배를 넘겼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사고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또는 해당 주택 경매나 공매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주택 유형별로 다가구주택이 3928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9.3%를 차지했다. 지난해 1년치 6678건의 58.8%에 해당하는 사고가 올해 첫 3개월 사이에 발생했다.
다가구주택 전세보증사고는 2017년, 2018년만 해도 연간 각각 2건, 7건에 불과했고 다소 늘어난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55건, 58건에 그쳤다. 이 수치는 전세사기 문제가 크게 불거진 지난해 전년 대비 115배 수준으로 급증한 뒤 올해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의 한 유형으로 집주인(건물주) 1명이 공간을 잘게 쪼개 최대 19가구까지 두고 세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번 사고가 나기 시작하면 피해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올해 1분기 아파트 보증사고는 다가구주택 다음으로 많은 2253건으로 전체의 28.3%였다. 지난해 1년간 발생한 2638건의 85.4% 수준이다. 올해 월평균 보증사고는 751건으로 지난해(약 220건)의 3.4배다.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의 올해 1분기 보증사고는 각각 1513건, 35건으로 모두 1548건(21.9%)이었다. 다세대주택은 다가구주택과 달리 공동주택 중 하나로 가구마다 집주인이 다르다.
이밖에 다가구를 제외한 단독주택과 오피스텔은 각각 209건, 36건의 보증사고가 올해 1~3월 발생했다.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은 올해 1분기 568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9241억원의 60%를 넘겼다.
세입자가 이사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집합건물 임차권 설정등기는 올해 3월 3484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월 2850건보다 22.2%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3월 851건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다.
그동안 이 조치를 하려면 임대인에게 미리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알려야 했지만 임대인이 숨진 ‘빌라왕’ 사건 이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지난달 말부터 임차인이 바로 등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양경숙 의원은 “최근 전세 임차인의 피해가 확산하고 HUG의 보증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며 “피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함께 HUG의 대위변제 부담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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