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걸린 뒤 한 달 만에 또다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2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보육원에서 자란 피고인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보살펴 줄 가족 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나경선)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23)의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11일 0시30분쯤 대전 서구에서 무면허로 한 주점까지 운전한 후 술을 마셨다. 그리고 3시간 뒤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준인 0.183%로 다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약 7㎞를 면허 없이 운전했으며 해당 차량은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같은 해 5월 10일 오후 9시45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식당 앞에서 약 1.4㎞를 혈중알코올농도 0.142%의 만취 상태로 운전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에 단속된 뒤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도 다시 무면허 음주운전을 저질러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수차례 저질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태어난 직후부터 보육원에서 자랐고, 중학생 무렵 보육원을 도망친 이후 보호 시설 등을 전전하며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인이 된 피고인은 준법의식이 미약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보살펴 줄 가족 등이 없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도 온당치 않다”며 “다행히 피고인이 저지른 음주운전에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어 선처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뿐이라고 생각되며 아직 개선과 교화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부연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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