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시중 은행보다 10배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계좌 상품을 내놨다. 이자가 낮은 은행에서 예금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금융시장을 뒤흔들 복병으로 떠오를지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은 애플카드 사용자들 대상으로 연평균 4.15%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계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애플카드 사용자에게 저축계좌를 제공한다. 이 계좌에는 애플카드를 사용하고 캐시백으로 받는 ‘데일리 캐쉬’가 적립된다. 사용자는 연결된 은행계좌로 저축계좌에 추가 입금도 할 수 있다. 입금 한도는 25만 달러다.
계좌에 쌓은 데일리 캐쉬를 은행계좌로 이체해 현금화도 가능하다. 이자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계좌에는 수수료, 최소 예치금, 최소 잔액 등의 조건이 없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애플이 제공하는 이자율은 현재 미국 은행의 이자율을 크게 웃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저축예금 금리는 연 0.37%다. 애플 이자율은 평균 저축예금 금리의 10배가 넘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연 3.75%를 제공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연 3.9%인 골드만삭스의 독립형 저축계좌보다 높다.
미국 은행들은 예금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찰스슈왑, 스테이트스트리트, M&T 등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올해 1분기 예금 인출 규모는 600억 달러(약 79조원)에 이른다. 찰스슈왑의 경우 1분기 예금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상업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 규모는 약 8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인출된 예금은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고수익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애플의 공격 경영은 은행들에 새로운 위협 신호가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애플은 그동안 금융 서비스 확대를 추진해왔다. 아이폰 등 제품 판매와 앱스토어 등을 더하고 금융상품까지 연계하면 애플 생태계를 더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지난달에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출시했다. 애플카드로 구매하면 6주 동안 4회에 걸쳐 이자나 수수료 없이 대금을 지불할 수 있다. 제니퍼 베일리 애플 부사장은 “우리 목표는 사용자가 건강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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