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부실대응으로 해임된 전직 경찰관 2명이 법정에서 직무유기 혐의를 두고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첫 재판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전 순경 A씨(25·여)의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경위 B씨(49·남)의 변호인은 “법리적으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빌라 밖에 있을 때,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사건 당시 테이저건·삼단봉·권총 등을 갖고 있었는데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A 전 순경과 B 전 경위는 2021년 11월 15일 인천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빌라 4층에 살던 C씨(50·남)가 3층 거주자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를 때 범행을 제지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C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고 뇌수술을 받았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쳐 전치 3∼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당시 B 전 경위는 “건물 안에서는 무전이 잘 터지지 않는다”며 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빌라 밖으로 나와 있던 중에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A 전 순경은 “솟구치는 피를 보고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 경찰관에게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각각 해임처분을 내렸다. C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다음 기일에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고, 사건 현장이 녹화된 CCTV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 한 기일 속행하기로 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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