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양곡관리법 설문조사에 사용한 질문이 국회를 통과한 법 개정안과 다른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문 자체가 법령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설문조사 신뢰도 추락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심각한 오류’라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질문 자체다. 한국갤럽은 양곡관리법 찬반을 묻는 질문에서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된 양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이라고 법을 소개했다.
얼핏 보면 맞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12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3~5%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이 되어 미곡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로 명시돼 있다. 한국갤럽 질문처럼 단정적으로 3~5%가 아니라 농식품부가 기준을 설정하도록 돼 있는 부분이 다르다. 쌀값의 경우는 질문이 아예 틀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미곡 가격이 평년 가격(직전 5년 중 최저·최고 가격을 제외한 평균 가격)보다 5~8%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하락하는 경우’라고 명시했다. ‘전년’과 ‘평년’은 큰 차이가 나는 개념이다.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법 조문 한 구절을 놓고도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질문의 신뢰성은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의미 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긴 해도 법령과 같은 경우 정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류”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왜곡된 질문을 감안할 때 설문조사 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질문을 토대로 한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개정 찬성을, 28%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문을 위한 사전 설명과 조사 항목에서 심각한 오류와 편향적 설문 설계 문제가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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