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이자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흔적을 여전히 지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2일 방영한 예술영화 ‘대홍단 책임비서-제1부 이깔나무’에 주연급 남자배우 최웅철의 얼굴이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다른 배우의 얼굴로 수정된 사실이 7일 알려졌다.
‘대홍단 책임비서’는 북중 접경인 양강도 대홍단군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그린 영화다. 1997년 당시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시기에 개봉했다. 영화에 ‘명우’ 역으로 출연한 최웅철은 장성택의 맏형 장성우의 사위로 장성택에겐 조카사위다.
조선중앙TV는 이 영화를 2012년 2월 8일 이후 11년여 만에 재방영했다. 최웅철이 등장하는 작품은 장성택 처형 이후 아예 방영되지 않다가 대대적인 편집을 거친 후에야 다시 전파를 탔다. 최웅철이 등장하는 장면은 공훈배우 ‘박정택’의 모습으로 교체됐으며, 실제 자막에도 박정택이란 이름이 실려있다.
북한의 장성택 지우기는 장성택이 처형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는 온라인 페이지에서 과거 장성택이 등장했던 기사를 삭제하고 기록영화에서도 그의 얼굴을 편집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해 4월 김 위원장 통치 10년을 기념하는 새 기록영화 ‘위대한 연대, 불멸의 여정’에서도 ‘현대판 종파 분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장성택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됐다는 2013년 12월 9일자 노동신문 1면을 클로즈업하기도 했다.
북한이 ‘장성택 지우기’를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은 ‘최고 존엄’ 자리를 위협하는 인물에 대해 흔적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안팎에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정권 출범의 주축이던 장성택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실세로 군림하며 일인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장성택은 2013년 12월 12일 특별군사재판에서 ‘정변을 꾀한 역적’으로 재판받고 즉각 처형됐다. 북한은 이와 함께 2014년 이른바 ‘장성택의 사람들’로 알려진 노동당 간부들도 줄줄이 주요 보직에서 해임했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역시 남편이 처형된 후 2020년 1월 26일 설 기념공연 관람 때까지 6년 이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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