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조치를 완화하면서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연수)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민일보는 다시 시작된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 내역을 꼼꼼히 뜯어보고 있습니다. ‘정책 입안에 참고’ ‘국제적 감각 제고’ 등 거창한 단어들로 포장돼있지만 실상은 단순 ‘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출장 계획서와 결과보고서가 공개돼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 의회의 해외 출장 내역 중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ID : pandan22)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출장 계획서와 결과보고서가 공개돼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 의회의 해외 출장 내역 중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ID : pandan22)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다녀온 해외 연수에 ‘단순 관광’ 일정이 여럿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복지위원회 차원에서 ‘선진 관광 콘텐츠를 견학한다’며 떠난 연수인 만큼 관광지 방문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후 의회에 제출된 결과 보고서에 관광지 관련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결과 보고서에 담은 기관 방문 일정 내용도 ‘단순 소감’에 그쳤다. 해외 연수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단순 관광을 하고, 허술한 보고서를 낸 셈이다. 그런데도 연수를 다녀온 시의원은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냥 기사를 쓰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내놓기도 했다.
24일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문화복지위 소속 시의원 8명은 수행 직원들과 함께 지난해 10월 21일부터 5박 8일 일정으로 그리스 연수를 다녀왔다. 의회에 보고된 연수 목적은 ‘선진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외 기관의 방문과 현장 견학을 통해 고양시 문화·관광을 고찰하고 활성화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것이었다.
의원 1인당 경비는 약 320만원씩 총 2560만원이 세금으로 지원됐다. 동행한 직원들의 여비 등을 고려하면 전체 예산 규모는 약 4200만원이다.
유명 관광지 ‘현장 견학’…보고서엔 없었다

국민일보가 시의회에 제출된 ‘공무국외연수보고서’(결과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주요 연수 일정 중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아테네 아라호바 마을 견학 등이 있었다.
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의원들은 드라마에 비중 있게 등장해 한국인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한 아라호바 마을 시계탑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드라마 팬인 A의원은 그 마을에 가니 너무 좋아 팔팔 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아라호바 마을을 견학한 내용은 결과보고서에 담겨있지 않다. 시의회 관계자는 “막상 가보니 방문 내용이나 시사점을 적기가 어려워 결과보고서에서는 내용이 빠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연수와 무관한 ‘외유성 일정’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연수는 크게 ‘기관 방문’과 ‘현장 견학’으로 구성됐는데 ‘현장 견학’ 일정에는 아라호바 마을 외에도 메테오라 바위 수도원, 아테네 도시, 델포이, 에기나섬, 펠로폰네소스 지역, 수니온 등 7개 장소가 포함됐다. 대부분 그리스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장소들이다. 그런데 7곳 현장 견학 내용 모두 연수 결과 보고서에는 빠져 있다.

보고서에는 박물관 등 총 8개 기관 방문 결과만 담겨 있었는데, 이마저도 내용은 부실했다.
한 예로 연수 4일 차에 방문한 ‘국립고고학박물관’에 대한 ‘방문내용 및 시사점’을 보면 “국립고고학박물관은 월요일 13시~20시, 화~일요일 8시~20시까지 운영 중” “관광객들의 시각적 흥미와 재미를 위해 다양한 전시물을 입체적인 구조로 배치함” “LED 안내판을 통해 박물관 안내에 대한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했고, 소감을 적을 수 있는 방명록을 비치함”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거나 단순한 감상에 그친 내용이다.
같은 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방문한 결과 역시 “아테네 대표 관광지로 박물관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전시물 설명도 관광객을 위해 영어로 되어 있음” 등으로 마찬가지 수준이다. ‘올림픽 스타디움’을 방문한 뒤 얻은 시사점에 적은 내용도 “2004년 하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이 진행된 장소로 아테네 프로 축구 구단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음” 등 기본적인 정보 수준이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시도의회 의원 국외 출장 권고안’ 매뉴얼에도 맞지 않는다. 해당 권고안은 지방 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이 거듭 논란 대상이 되자 2019년 2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마련한 것이다. 권고안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안내 책자나 인터넷 수록 내용을 인용하는 사례는 지양하고, 출장 중 시찰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출장 목적과 무관한 출장지에 관한 일반적 관광 정보 등은 보고서에 기재하지 말라고도 명시해 놨다.

연수 계획 중 비교적 공식적인 일정으로 보이는 ‘기관 방문’도 내실 있게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아테네 시청을 방문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공식 간담회는 진행하지 못하고 대신 관계 공무원을 만나 전반적인 사항을 듣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당초 계획안에는 그리스의회 방문도 예정돼있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 메뉴얼은 출장 전 출장목적에 들어맞은 기관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사전협의를 통해 방문기관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연수를 통해 얻은 결과에 해당하는 ‘시사점’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정책적 논의 및 시사점’으로 문화재·공연장·박물관 활성화 방안을 언급하면서 적용 방안으로 ‘고양시 대표 축제 발굴’ 등을 제시했다. 구체성 없는 원론적인 내용에 그친 것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 야경투어를 경험한 의원들은 이를 벤치마킹하는 방안으로 행주산성 등불축제를 언급했다. 현재 비상설로 운영되는 축제를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해 야경을 중심으로 주변 식당과 상점의 수익을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그냥 허술하다고 쓰시라” 황당한 답변
고양시의회의 그리스 연수 내용이 부실하고 외유성 일정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 문화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부미 시의원은 “보고서가 허술하고 외유성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쓰시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고 의원은 “이미 보고가 끝난 일이라 반론할 수도 없다. 저는 입장이 없다”면서도 부실 보고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완벽한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와는 통화가 안 된 것으로 해 달라. 제 이름은 쓰지 말라”며 더 이상의 취재를 사실상 거부했다. 국민일보는 그러나 해당 출장을 떠난 위원회의 장으로서 책임이 있는 고 의원의 답변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지 견학 일정이 결과 보고서에선 누락된 것에 대해 고양시 문화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 연수 보고서도 마찬가지”라며 “보고서는 핵심만 담아야 해서 기관 방문 위주로 적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지에 가서 정보를 얻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솔직히 인터넷 정보를 보고서도 확인을 한다. 최대한 노력은 하는데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시의회 차원에서도 해당 출장이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점은 우려한 흔적도 있다.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은 “주말 같은 경우엔 공공기관이 쉬기 때문에 관광지로 오해를 살 수 있는 곳은 지양해 달라고 얘기했다”면서 “계획서를 검토했을 때 관광지가 아닌 공원을 탐방한다길래 고양시와 접목할 부분을 하나라도 알고 오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결과 보고서를 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보도 이후 고 의원은 다시 연락해 와 “남편이 급하게 수술을 하게 돼서 병원에서 대기 중인 상황에서 전화를 받아 정신이 없었다. 제대로 통화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외유성 출장 논란도 반박했다. 고 의원은 “그리스에 신화와 전설이 많아 전세계 사람들이 온다. 우리나라에도 신화와 전설이 많은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우리나라 신화를 가지고 그런 관광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출장 취지를 설명했다.
이강민 김판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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