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수장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짧은 회담을 가졌다.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종전을 촉구했으나, 의미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2일(현지시간) CNN,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 뉴델리에서 이날 짧게 면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 외교 수장이 일대일 만남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면담은 블링컨 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됐지만, 협상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한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위해 “필요한 기간만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최근 러시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한 신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정연설을 통해 뉴스타트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이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골자로 체결한 협정이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구금돼 있는 폴 휠런의 석방을 요구했다. 휠런은 미국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로,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러시아에 구금돼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쟁이 지속되는 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고 확인하며 “전쟁을 끝내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창출할 유의미한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영토 지형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어떤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뉴스타트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경우,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지막으로 대면 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여름에는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 여자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을 놓고 전화 통화를 나눈 바 있다.
한편 이날 G20 회의에서 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의견 불일치로 인해 빈곤, 부패, 대테러 등에 관련한 의제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블링컨은 “러시아의 정당하지 않은 정당하지 않은 전쟁으로 인해 회의가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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