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소송 중인 아내가 불륜남의 아이를 출산한 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남편 A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거부하고 있어 법적으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11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이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아이가 현재 청주의 한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법적으로는 아직 세상에 없는 아이다. 산모는 출산 이후 숨졌고, 아이 엄마와 별거하던 법적인 남편 A씨는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불륜남의 아이를 올릴 수 없다며 출생신고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는 A씨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의 법적인 아버지는 A씨다.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반면 생물학적 아버지인 불륜남에게는 이 아이를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의무나 권한이 없다. 불륜남은 외지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청주시가 A씨에게 출생신고를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설득에 나섰다. 출생신고가 이뤄져야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씨는 출생신고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향후 친생자 관계 부존재 청구 소송을 통해 “내 아이가 아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소송 역시 출생신고를 전제로 한다. A씨가 이 절차를 밟아 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으면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있던 아이에 대한 기록이 말소된다. 혼외자로 간주돼 사망한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로 옮겨진다. 그 이후 청주시가 나서서 양육시설·위탁가정 선정 등 보호 절차를 밟을 수 있다.
A씨가 출생신고 후 소송에 나서지 않고 양육 포기 의사를 밝힌다면 청주시가 보호 절차를 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아이가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계속 남게 된다.
만약 A씨가 출생신고를 계속 거부한다면 청주시가 나서서 A씨에게 독촉장을 몇 차례 보낸 후 관할 법원에 직권 기록 허가를 신청하게 되는데, 법원의 허가가 난다면 청주시가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 출생신고를 강제로 하게 된다.
청주시는 “A씨 입장에서는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하겠지만 출생신고를 한 이후 대책을 찾는 게 법적 절차”라며 “신속히 조처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A씨는 산부인과로부터 ‘신생아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아동유기죄로 고발당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상간남의 아이까지 내 가족이냐”면서 “산부인과에선 나보고 아이를 키우라고 하고, 시청에선 출생신고를 하라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상간남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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