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어린이와 놀이공간] 물레방아 돌 탁자에 공룡오름까지

Է:2023-01-29 15:04
:2023-07-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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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유치원 놀이터가 달라졌어요

지난해 4월 제주 함덕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원아들이 바깥 놀이공간에서 자연관찰 활동을 하고 있다. 함덕초 제공

한 아이가 애벌레를 보고 소리치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아이들은 애벌레를 손으로 톡 톡 건드리면서 하필 이 나무에 애벌레가 출몰한 이유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자리한 전교생 100여명 가량의 작은 풍천초등학교. 이곳 병설유치원 아이들의 바깥놀이가 부쩍 즐거워졌다. 체육관과 급식실 증축 공사로 유치원 바깥놀이시설을 폐기하면서 기존 놀이터보다 더 재밌는 놀이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풍천초는 시설 공사로 놀이공간을 잃은 아이들에게 유치원 가까이에 있던 작은 학교 숲을 내어주었다. 교사들은 창의적이면서 자연요소가 많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주고 통째로 기성 시설물 사는 대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줄사다리를 잇고, 해먹을 설치했다. 오름을 닮은 잔디동산과 조그만 텃밭도 만들었다. 신체 놀이를 위해 오르기 기구를 놓았다. 아이들 숫자만큼 통나무 의자도 가져다 두었다.

아이들이 입학하고 따뜻한 봄이 되자 곤충이 많아졌다. 아이들의 눈은 땅으로 옮겨갔다. 더운 여름이 되자 나무는 시원한 그늘이 됐다. 술래잡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을 숨겨주었다. 나무 잔가지는 곤충 집을 만들 때 가장 유용한 재료가 됐다. 풍천초 유치원 교사는 “숲에 놀이공간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땅을 보며 노는 시간이 많다”며 “오전 오후 한 시간씩 바깥 놀이를 하는데 아이들에겐 하루 2시간도 부족해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주 함덕초 병설유치원 원아들이 바깥 놀이공간에서 흙에 물을 부어 댐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함덕초 제공

제주 도순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아이들이 유치원 바깥 놀이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순초 유치원은 2020년 신설과 함께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외부 놀이공간에 흙으로 만든 공룡오름과 바구니 그네, 장수풍뎅이 모양의 조합놀이대, 흙 놀이장을 설치했다. 도순초 제공

제주도교육청이 2020년부터 놀이환경조성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유치원 바깥놀이터가 크게 달라졌다. 2019년 교육부가 만 3~5세 유아 공통 교육과정(누리과정)을 유아·놀이 중심으로 개편하자 도교육청은 이듬해 유치원 실외 놀이장 설비 기준을 개정했다. 필수 설치 대상을 ‘조합놀이기구 1조’에서 ‘조합놀이대 또는 개별 설비 3종 이상’으로 변경해 놀이공간 구성의 폭을 넓힌 것이다.

기구 위주의 놀이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지침을 정비한 것은 전국에서 제주교육청이 처음이었다. 일선 유치원에 자연환경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희망 유치원에 실외 놀이공간 개선을 위한 컨설팅과 예산을 지원했다. 풍천초 병설유치원을 포함해 지난 3년간 110여개 공·사립 유치원(중복 포함)이 놀이공간을 개선했다.

서귀포 도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교육청이 놀이환경조성사업을 시작한 첫 해 변화를 함께 준비했다. 도순초는 지난 2020년 개교 80년만에 유치원을 신설하면서 건물 바닥면적의 족히 3배가 넘는 넓은 실외 공간을 자연 친화적인 놀이터로 조성하기로 하고 교육청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교사들은 놀이 기능을 가지면서 아지트처럼 아늑하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구현해줄 장수풍뎅이 모양의 구조물을 원했다. 작은 산처럼 뛰어오를 수 있는 흙 언덕도 필요했다. 카탈로그에서 기성 제품을 주문해오던 교사들이 놀이시설의 형태와 모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곤충 놀이기구는 예산 문제로 처음 구상보다 크기가 작아졌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주 접하는 장수풍뎅이가 놀이터에 나타났다며 환호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거대한 공룡오름도 세 개나 탄생했다. 어른 키보다 높은 언덕을 아이들이 ‘격하게’ 좋아하는 바람에 유치원은 지난해 잔디 보강작업을 2월과 6월 두 차례나 해야 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바구니 그네는 초등학교 형·누나들에게까지 인기다. 모래장 대신 설치한 흙 놀이장에선 아이들이 맨발로 물을 붓고 구멍을 파고 모양을 빚는다. 흙은 입자가 작아 모래에서보다 더 정교한 만들기 놀이가 가능하다. 그만큼 더 재밌다. 도순초 교사는 “학기 초에는 도구를 이용한 흙놀이를 하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처음에는 장화를 신었는데 흙에 익숙해지자 맨발로 놀기 시작했다”고 했다.

제주 도순초 병설유치원 바깥 놀이공간에는 어른 키보다 높은 공룡오름이 세 개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즐겁게 구르며 놀고 있는 모습. 도순초 제공

함덕초 병설유치원은 흙산을 만들었다. 그 옆으로 해체한 물레방아를 재활용해 돌 탁자와 돌 의자를 가져다 두었더니 아이들이 종일 이곳에서 소꿉놀이를 한다. 함덕초는 교육청 예산으로 기성 놀이기구와 흙산을 설치했는데 정작 큰 돈을 들인 기성 놀이기구에는 아이들이 가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시흥초 병설유치원은 줄을 활용한 건너기 기구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두 팔로 온 몸을 지탱하고, 흔들리는 나무판을 균형잡아 건너면서 스스로 몸을 다루는 방법을 익힌다. 김녕초 병설유치원은 건물 뒤편 비어있던 공간에 모래장과 돌놀이장, 흙놀이장을 설치했다. 고작 흙과 모래, 돌만으로도 아이들은 수십가지의 놀이를 날마다 만들어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제품 놀이기구는 한 가지 사용법만 가지고 있지만, 자연 재료들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더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놀 수 있게 한다”며 “기본적으로는 자연 친화적인 놀이공간으로 개선하되 컨설팅을 통해 각 유치원이 자율적으로 공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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