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을 지낸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책 연구포럼 ‘사의재(四宜齋)’가 18일 출범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도 이날 국회 토론회를 여는 등 친문 진영의 조직적 활동이 잦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친문 진영이 세 확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의재 운영위원장을 맡은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의 모든 정책을 왜곡하고 폄훼하고, 더 나아가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의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의 좋은 정책들을 계승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의재는 다산 정약용이 정조 사망 이후 머무르며 저서를 집필했던 처소의 이름으로, 문 전 대통령의 성과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의재 상임대표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조대엽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고문으로 선임됐다.
정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벌써 (출범한 지) 8개월이 흘렀는데 국민에게 꿈과 희망이 아닌 걱정과 근심을 주는 정부”라고 윤석열정부를 비판했다. 박 전 장관도 “지금은 정말 좁은 사법의 틀 안에 정치가 갇혀버렸다”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정점을 향하는 상황에서 사의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친문 세력 결집보다는 문재인정부 국정 운영에 참여한 분들이 모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도 사의재에 대해 ‘마땅히 있어야 하는 모임이다. 충분히 이해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친명(친이재명) 측도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미 친명계와 친문계는 이 대표와 문재인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계승 모임’의 출범을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사의재 출범에 대해 “한마디로 염치가 없다”며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반성문을 먼저 쓰라”고 일갈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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