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갈등 상황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생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외신 관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크리스찬 데이비스 서울지국장은 16일(현지시간) ‘한반도 전쟁 준비의 교훈’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지난해 말 (한반도 내) 전쟁을 포함한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전쟁 발발 시) 내가 실제로 생존할 가능성이 제로(0)보다 약간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나는 서방 외교관과 점심을 먹다가 가능한 한 무관심한 척하면서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이 외교관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고 전했다.
개전 초기 남과 북의 화력이 매우 큰 데 비해 서울과 평양 사이 거리가 가까워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모두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해당 외교관의 설명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최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도발 수위도 높아지는 등 위협이 고조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획득한 김정은은 이제 차세대 전술·전장 핵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이 핵무기가 고수익 무기보다 사용 문턱이 낮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국 정부나 기업들이 한국 전쟁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면서도 남북 긴장 고조가 흔히 나타나는 한반도에서 어느 시점을 실제 ‘위기’라고 판단해야 하는지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은 종종 본국 회사로부터 물과 썩지 않는 음식, 현금, 횃불, 위성전화나 지하에서 최대 30일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수기 등 다양한 물품으로 가득 찬 배낭을 집에 준비하도록 권고받는다”며 “그런데도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대다수의 사람은 한 번도 짐을 싸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많은 외국 기업은 필요한 경우 직원들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기 위한 정교한 대피 계획을 개발했다”며 “하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 서울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보면 (전시) 상황에서 서울을 빠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서울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아마도 지하철역이나 지하주차장 혹은 도시 곳곳에 있는 비상대피소 중 하나에 숨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쟁 초기에는 북한이 서울 전체를 초토화시키기보다는 기반 시설을 정밀타격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생존 배낭을 준비해두는 방법도 권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이 다 같이 대피할 수 없다면 실제로 많은 사람이 대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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