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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체크 이쁜데’… 전국 200여곳 교복 퇴출 이유

버버리 “버버리 체크 쓰지 말라” 상표권 문제 제기
“적어도 2024년까지 바꿔달라” 교육청에 공문
전국 200여곳 교복 디자인 바꿔야

버버리 체크무늬와 유사한 무늬를 사용한 국내 교복(왼쪽)과 버버리 셔츠(오른쪽). 온라인 커뮤니티, 버버리 홈페이지 캡처

베이지색 바탕 원단에 검은색과 하얀색 굵은 선, 빨간색 가는 선이 교차한 체크무늬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상징이다.

버버리 셔츠나, 코트, 스카프에 사용돼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체크무늬는 일부 국내 교복 디자인에도 쓰였지만 앞으로는 유사한 체크무늬를 더는 교복에서 쓸 수 없게 된다.

버버리 측이 자사 체크무늬를 사용하는 교복업체와 학교 측에 상표권 침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고, 버버리 체크무늬를 쓰는 학교들이 적어도 오는 2024년까지 교복 디자인을 전부 수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기존에 버버리 체크무늬를 교복에 사용한 중‧고등학교가 50곳가량 있다. 대부분 학교는 내년도 신입생 교복 디자인 변경을 완료했다.

앞서 버버리는 한국학생복산업협회에 버버리 체크무늬가 사용된 교복은 상표권 침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버버리 체크무늬와 유사한 체크 원단을 사용한 교복. KCTV제주 방송 캡처

이에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교육청은 지난 5월 전국 중‧고등학교에 버버리 체크와 유사한 무늬가 교복에 사용됐는지 점검하고 교복 디자인을 변경하라고 안내했다.

버버리 체크무늬가 교복에 사용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200여곳으로 집계됐다.

교복 중에는 체크무늬가 교복 소매, 옷깃 등에 일부 사용된 경우가 있는데 치마 등에 전반적으로 사용된 예도 있다.

대부분의 전국 학교들은 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내년도 교복에 버버리 체크무늬를 사용하지 않기로 교복 디자인을 변경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육청에서 연락이 와서 학교 교복을 바꾼다고 한다” “지금 교복 무늬가 예쁜데 신입생부터 이상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등의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버버리 측은 당장 내년까지 학교 측에서 교복 디자인 변경이 어려우면 적어도 2024년까지는 디자인을 변경해 달라는 입장을 교육 당국에 밝혔다.

버버리는 재학생들의 기존 교복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고 교복 디자인을 변경해 신입생 교복부터 적용해달라는 입장이다.

버버리 측 법률 대리인은 학생들이 입는 교복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장 민사 소송을 진행할 생각은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디자인을 변경해 달라는 입장을 교육 당국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버버리 체크무늬와 교복 무늬가 완전히 같지는 않고 유사성이 있어 애매한 경우에는 법률 대리인 측에 교복 사진을 보내서 상표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도록 학교 측에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교복 디자인 변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수정을 논의 중인 학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의 체크무늬를 지키기 위한 버버리의 법적 대응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버버리 체크 디자인(왼쪽)과 쌍방울이 생산했던 체크무늬 속옷(오른쪽). 버버리 홈페이지 및 온라인 쇼핑몰 캡처

버버리는 지난 1998년 ‘버버리 체크무늬’를 상표권 등록했다. 상표권은 일정 기한이 지나면 만료되는 디자인권과 달리 10년씩 갱신할 수 있어 사실상 영구히 보호할 수 있다.

꼭 상호나 로고가 아니어도 타인 상품과 자기 상품을 식별 할 수 있는 표시로 이용된다면 고유의 패턴이나 무늬도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다. 버버리는 상표권 등록 후 국내 패션업체들을 상대로 버버리 체크무늬를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소송을 잇달아 제기한 바 있다.

버버리 셔츠(왼쪽)와 과거 LG패션에서 생산했었던 셔츠(오른쪽). 버버리 제공

버버리는 지난 2013년 LG패션(현 LF)의 브랜드 ‘닥스’ 셔츠를 문제 삼아 “버버리 체크무늬를 사용한 셔츠의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5000만원을 배상해달라”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강제조정을 통해 LG패션이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버버리는 쌍방울을 상대로도 소송을 내 2014년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버버리 체크무늬 자체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상표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버버리 체크무늬의 상표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무늬가 상표권을 침해했는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특허법인 위솔 강현모 대표변리사는 “상표권 침해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일반적으로 패턴이나 무늬를 서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해서 상품 출처에 혼동이 생길 수 있다면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의 개수나 굵기, 색상, 특정한 패턴 등도 상표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버버리는 국내 패션업체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학생 교복을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다.

버버리가 학생 교복에 대해서도 대응에 나선 것은 체크무늬의 독창적 디자인을 지키고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강 대표변리사는 “‘버버리 체크무늬’가 패션의류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패턴이나 무늬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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