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10대가 악성댓글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참사 때마다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고 비방하는 게시물이 확산하는 상황에 대해 포털과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2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참사로 두 친구를 잃은 지 일주일 만에 등교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썼던 A군은 악성 댓글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유족 측은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내더라.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MBC인터뷰에서 말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지금도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조롱하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유족 34명은 지난달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달라며 정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KBS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악성 댓글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고 말했다.

연예인, 스포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악성 댓글의 폐해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최근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대 3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불안·우울로 인한 행복 상실 기회 비용이 약 28조원에 달해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로 인한 능력 저하 기회비용 등도 포함됐다.
실제로 지난 10월 만 20~69세 인터넷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46.5%가 악성 댓글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악성 댓글을 접한 경로로는 소셜미디어라고 답한 비율이 48.3%로 가장 높았고, 포털사이트(36.8%), 온라인커뮤니티(33.3%) 순이었다.
악성 댓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응답자 과반(54.8%)이 ‘악성 댓글 작성 및 유통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SNS 플랫폼에서 악성 댓글의 사전 삭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17.3%로 집계됐다.
김범수 연구소장은 “포털이 악성 댓글을 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연구나 투자를 늘려 개인이 하지 못하는 피해사례 발굴을 데이터를 가진 포털이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메이저 포털 업체들이 자율적 규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악플을 차단하기 위해 2차 필터링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의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한다”며 “‘리딩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포털 사업자 측의 악성 댓글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는 지난달 ‘이태원 참사 악성 댓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정신적 피해와 고통이 극심한 상황인데도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악성 댓글과 가짜 뉴스가 공공연히 유통되도록 방조하고 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관련법을 개정해 악성 댓글과 가짜 뉴스에서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상에서 10·29 참사 희생자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게시물을 올리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참사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등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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