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순간에는 그 사람들을 빨리 구해야 한다는 그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더 앞뒤 잴 겨를이 없었죠.”
어두운 새벽 시간, 바다에 빠진 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다치는 줄도 모르고 몸을 던졌던 손정일(67)씨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6월 12일 새벽, 여수 금오도 함구미항 근처에서 조업을 마치고 배 안에서 잠들어있던 손씨는 다급한 외침을 들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손씨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갑판으로 나갔지만, 새벽 시간대라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에 달린 밝은 조명을 사용하고 나서야 두 사람이 바다에 빠져 구조 요청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사람이 멀리 있다는 것을 확인한 손씨는 급히 달리다 이끼 낀 바닥에 그만 미끄러졌습니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어깨와 허벅지를 세게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지만, 손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가 구조 요청자들을 향해 헤엄쳤습니다. 손씨는 구조 요청자들에게 ‘날 따라오라’고 했지만, 수심이 깊은 데다 수영을 하지 못해 “갈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육지로 올라가 긴 밧줄을 가지고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밧줄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 사람들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손씨는 결국 육지로 올라가서 밧줄로 매듭을 만들었고 차례대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긴박한 순간이라 사람들을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더 앞뒤 잴 겨를이 없었고요. 그 사람들이 팔에 힘이 빠져서 곧 손을 놓치게 될 것 같다고 하니 어떡합니까, 될 수 있으면 빨리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을 구조한 후 이웃 주민에게 신고를 맡겨놓고, 본인의 상처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곧장 조업하러 바다로 나갔다고 합니다. 손씨는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발톱도 깨지고 어깨를 심하게 부딪쳐 다쳤는데요, 구조하느라 자기 몸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사람을 구하려고만 생각했지 제 몸 상한 건 생각 못 했죠. 나중에 다 구하고 보니 못 걷겠었어 그제야 발을 보니 피가 흐르고 있더라고요”
손씨는 ‘바다에 뛰어들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는 말에 “수영을 못 하면 겁이 나서도 못 하는데, 나는 수영을 할 수 있으니까 그리된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손씨는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아직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몸까지 다쳐놓으니까 위험한 밤에 어찌 될 줄도 모르고 그리 했냐고, 집사람한테 말도 못 하게 혼이 났다”며 주변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소중한 생명을 구하려 컴컴한 밤바다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손씨. 그는 1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우리 사회 속 의인을 발굴해 생명존중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실시하는 ‘2022 생명존중대상’을 받았습니다.
손씨는 그날 구조 요청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은 후 “그냥 너희들이 살았으니까 됐다”는 생각만 하셨다고 합니다. 본인이 위험할 수 있는데도 앞뒤 재지 않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뛰어든 ‘영웅’ 같은 행동이지만 그저 “당연한 일”이기에 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주변, 이런 일상 영웅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오늘처럼 추운 날씨도 한결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성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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