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최근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폭로를 이어간 이유에 대해 “내가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거짓 진술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생각은 없다”면서도 “단지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모두 떠안기는 싫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진술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상대방들의 책임이 늘어나니까 그쪽에서 나를 안 좋게 보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남이 내 징역을 대신 살아줄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던 얘기를 털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은 딱 하나(천화동인 1호 지분 관련)”라면서 “나머지는 기존 조사에서 이미 했던 얘기거나, 전에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금 얘기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재판에서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왜 지난해 1차 조사 때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느냐’는 검사 질문에는 “당시에는 선거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차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1년 전에는 이 대표가 지지율 1등인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그쪽에 대선 정치자금까지 준 상황이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표 측에서 자신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13년 동안 발생한 일들을 이렇게 모두 지어내서 말할 수 있으면 (소설가로) 등단했을 것”이라며 “법정에서 관련 사실들을 얘기하는 것도 거짓이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모든 가족이 미국으로 이사했다. 아내와 가족은 영주권 신청도 해둔 상태였다”며 “중간에 혼자 한번 귀국했던 것 역시 재산 정리 차원이 아니라 비자 만료로 인해 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쟁점이 되는 의혹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나면 언론에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해 드리는 자리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에도 법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측 소유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직접 진행하면서 “김만배씨가 내게 ‘(사업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얘기해서, 내가 반발하다가 25％를 수용한 것이 기억나지 않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지분은 우선주 93%와 민간사업자 몫인 보통주 7%로 구성됐다. 천화동인 1호는 보통주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며 1208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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