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 정치자금 관련 문제가 드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사임 압박을 받아온 데라다 미노루 총무상을 경질했다. 데라다 총무상이 낙마하면서 기시다 내각 각료 중 3명이 한 달 사이에 낙마하는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권 간부들과 회의를 연 뒤 데라다 총무상의 경질 방침을 굳힌 뒤 그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피해자 구제, 방위력 강화 등의 과제를 앞둔 시점에서 데라다 총무상 경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잇따른 각료 사퇴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임명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 순방 기자회견에서 데라다 총무상의 거취에 대해 “어떻게 할지 총리로서 판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데라다 총무상은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파벌인 ‘고치카이’ 소속이고, 지역구(히로시마)도 기시다 총리와 같다. 지난 8월 개각 때 총리보좌관에서 총무상으로 발탁돼 처음 입각했다.
그는 지역구 후원회의 정치자금 보고서에 약 3년에 걸쳐 사망한 사람을 회계 책임자로 기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정치자금과 관련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힘이 빠지게 됐다. 특히 총무성이 정치자금법 소관 부처라는 점 때문에 직무를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요구가 강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이달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데라다 총무상이 ‘사임해야 한’'고 한 응답자는 70％에 육박했다. 기시다 총리는 “데라다 총무상의 후임자는 21일 오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는 기시다 총리가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외무상을 새 총무상으로 기용할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마쓰모토 전 외무상은 효고현에서 8차례 중의원 의원으로 당선됐고 자민당 ‘아소파’ 소속이다. 이토 히로부미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의 고손이며, 그의 부친인 마쓰모토 주로도 방위청 장관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NHK는 “기시다 총리가 마쓰모토 전 외무상의 경험을 활용하고,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 인물을 기용해 정권의 안정을 꾀하려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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