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5세대(5G) 주파수 28㎓ 대역에 대한 할당을 취소했다. SK텔레콤은 이용기간을 10% 단축했다. 주파수 할당 조건인 기지국 의무 구축 수량을 채우지 못한 것이 이유다.
과거 LG텔레콤이 IMT2000 주파수를 반납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통신사가 보유한 채 영업 중인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건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실까지 나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이통3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이통 3사의 5G 주파수 28㎓ 대역 할당 조건 이행점검 결과 SK텔레콤은 30.5점, LG유플러스는 28.9점, KT는 27.3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8년 5G 주파수 3.5㎓ 대역과 28㎓ 대역을 동시에 할당했다. 그러면서 할당 조건으로 3년 차까지 3.5㎓ 대역은 각사 2만2500 기지국을, 28㎓ 대역은 1만5000 기지국 구축을 내걸었다. 의무 수량 대비 구축 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할당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올해 5월 기준 이통 3사가 구축한 28㎓ 대역 5G 기지국 수는 총 5059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건 대비 11.2% 수준이다. 이통 3사가 공동 구축한 걸 제외하면 2007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 평가 점수 30점을 넘긴 SK텔레콤은 내년 11월30일까지였던 28㎓ 대역 이용 기간을 내년 5월 31일까지로 6개월 단축했다. 과기정통부는 “할당 취소를 면한 SK텔레콤도 내년 5월 말까지 당초 할당 조건 구축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할당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G는 일반적으로 ‘6㎓ 이하’와 초고주파인 28㎓ 대역으로 나뉜다. 6㎓ 이하 대역은 전파도달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8㎓ 대역은 전파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에 할당 조건을 이행하도록 지속 독려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에 대해 대통령실도 “국가 핵심 인프라인 통신망을 활용해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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