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길에 휩싸인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60대 운전자를 용감한 시민들이 구해내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됐다.
15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27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 소태고가 인근에서 A씨(62)가 몰던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의식을 잃었고, 차량에는 불이 붙었다. 자칫 차량이 폭발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같은 시각 차를 몰고 인근을 지나던 시민 3명이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이들은 곧바로 차를 세우고 사고 차량에 다가가 내부를 살폈다. 안에는 A씨가 기절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차 손잡이를 당겼지만 안에서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유리창 깨야 돼. 유리창 깰 만한 거. 안에 사람 타 있다니까, 지금”이라며 구조를 위한 도구를 찾았다.
그때 사회인 야구 활동을 하는 한 시민이 차 트렁크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가져와 차량의 유리창을 수차례 내리쳤다. 하지만 ‘캉’ ‘캉’ 소리만 날 뿐 창문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또 다른 시민은 큰 돌덩이로 뒷좌석 창문을 깼지만 마찬가지로 운전자를 빼내기는 어려웠다.

불길이 더욱 커지는 위급한 상황. 시민들은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A씨를 구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졌다. 유리를 계속 내리치는 과정에서 운전자 A씨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A씨는 곧 차량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한 시민은 A씨가 빠져나올 때까지 차 문을 잡고 있었다.
탈출 시점에 소방과 경찰도 즉시 현장에 도착했다. 불은 신고 10분 만에 완전히 진압됐다. 구조에 동참한 한 시민은 KBS 인터뷰에서 “(야구방망이로 구조를 시도한 다른 시민이) 앞 창문이 안 열리는 상태여서 야구방망이로 막 쳤다”며 “먼저 저 사람 무작정 꺼내야겠다는 생각밖엔 안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손에 화상을 입고 병원 치료 중이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나기 전부터 의식을 잃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으로 맞을 것 같다. (A씨가) 사고 난 상태에서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며 “(엔진)과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음주 측정 결과 A씨는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A씨를 구조한 시민에게 감사장을 수여한다는 계획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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