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기름 뿌린 흉기 괴한… 구조한 주민 “지금도 아찔”

Է:2022-11-14 07:17
:2022-11-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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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 괴한에 “칼 버려” 대항
사연서 “그 상황 마주친 게 저라서 다행”
가해 남성, 인근 낚시터서 숨진 채 발견

40대 남성이 충남 당진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의 몸에 불을 붙이고 달아나는 사건이 지난 11일 발생했다. 가해 남성은 다음날 당진의 한 낚시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지하주차장 현장. YTN 방송화면 캡처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몸에 불이 붙은 여성을 구한 아파트 주민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해 남성이 흉기와 인화물질을 든 채 피해 여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 주민은 “칼 버려”라고 외치며 끝까지 대치했고, 여성의 몸에 불이 붙자 침착하게 소화기로 불을 끄며 구조에 나섰다. 또 가해 남성이 차를 타고 달아나자 차량번호를 경찰에 알려 추적에 도움을 줬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당진에서 일어난 여성신체 방화사건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작성한 A씨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당진 방화사건에서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소화기로 꺼 구조한 아파트 주민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틀 뒤 올라온 글이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9시30분 당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지인인 40대 여성에게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여성은 상반신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사고 직후 자신의 차를 타고 달아났는데, 다음 날인 12일 오전 10시20분쯤 당진 대호지면 방조제 낚시터 인근에서 숨진 채 경찰에 발견됐다.

40대 남성이 충남 당진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의 몸에 불을 붙이고 달아나는 사건이 지난 11일 발생했다. 가해 남성은 다음날 당진의 한 낚시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지하주차장 현장. YTN 방송화면 캡처

A씨는 “저는 정말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라며 “제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입을 열었다.

사고 당일은 A씨 가족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날이었다. 이날 지하주차장에서 출발하기 직전 약 10m 떨어진 차량에서 갑자기 한 여성의 비명과 함께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A씨는 “지체없이 다가가는 중 한 여성이 제 쪽으로 달려오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며 “이어 흉기를 든 남성이 달려왔고, 여성이 힘없이 그 남성에게 붙잡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불과 2~3m 거리에서 흉기를 든 남성이 여성을 위협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아찔한 상황”이라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남성에게 ‘칼 버려, 칼 버려’라고 외치며 대치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고 한다. 그는 “제 키가 174㎝에 80㎏ 정도인데, 그 남성은 어림잡아 180㎝에 100㎏은 충분히 넘어 보였다”고 했다.

당시 주위에는 A씨를 도와줄 다른 사람도 없었다. 차에는 아내와 자녀들이 타고 있었다.

가해 남성은 곧 인화물질을 꺼내 여성에게 뿌린 뒤 불을 붙였다. A씨는 “그 남성이 흉기로 저와 여성을 위협하더니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 붓기 시작했다”며 “그 여성이 저에게 ‘이 사람 기름 있어요’라고 외치긴 했지만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상황이어서 그 봉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40대 남성이 충남 당진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의 몸에 불을 붙이고 달아나는 사건이 지난 11일 발생했다. 가해 남성은 다음날 당진의 한 낚시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지하주차장 현장. YTN 방송화면 캡처

A씨는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소화기를 가져와 불부터 껐다. 그는 “모든 상황이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일어났고, 두려움과 분노 등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상태였다”면서도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꺼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최대한 침착하게 지하주차장 입구에 있는 소화기를 가져와 남성과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진압했다”고 말했다.

화재가 진압되자 가해 남성은 그대로 달아났다. A씨는 “남성을 뒤쫓아 갔지만 차에 탄 채 저와 마지막으로 대치했다. 정말 마지막 힘을 다해 112에 다시 신고했다”며 “(경찰에) 차량 번호를 불러줬고, 그 남성은 차를 타고 도주했다”고 했다.

A씨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평범한 하루에 일어났다”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두려움과 분노 슬픔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제 가슴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 행동이 아니었다면 피해 여성은 물론 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 같다”며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상황을 마주했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겠지만 그게 저였기에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전한 사연에 누리꾼들은 “용기가 대단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생하셨다”며 격려했다. 또 “심리치료를 받아보셔야 할 것 같다. 글만 봐도 충격이 온다” “아이나 선생님이나 트라우마를 잘 추스르길 바란다”며 A씨 가족이 받았을 충격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경찰은 주변 진술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이 지인 관계였던 것으로 보고 가족 등을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가해 남성을 붙잡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남성이 사망하면서 경찰은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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