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이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취객에게 폭행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한 소방관은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경기도 고양시 소방관 2명은 지난 1일 만취한 모 부대 소속 부사관 A씨에게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들 중 한 명은 폭행을 피하려다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6개월 이상 치료 및 재활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숨쉬기 힘들다’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관들이 출동하자 그는 대뜸 폭행을 시작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만취한 A씨가 다짜고짜 소방관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나왔다. 놀란 소방관은 “하지 마세요. 선생님 폭행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너 이게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아니?”라고 물었다.
A씨의 폭행은 10분간 이어졌다. 결국 소방관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가정집 문을 두드리며 “잠깐만 도와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119예요”라고 말한 뒤 “죄송한데 잠깐만 있을게요. 경찰 올 때까지만, 술 취한 사람이 폭행해서”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폭행을 당했던 한 소방관은 JTBC 인터뷰에서 “(A씨가) 욕설을 하면서 ‘너 몇 급인데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하냐’라고 했다”며 “제 배를 발로 차고 (다른 대원의) 머리채를 잡으면서 주먹으로 턱을 가격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 2명의 대원이 하루도 쉬지도 못하고 계속 출동을 하던 중 취객에게 폭행당했다”고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소방관 한 명은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셨고, 또 다른 한 명은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치료와 재활을 하면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A씨를 군사경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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